단절(들)
클레르 마랭 지음, 류재화 옮김 / 사람in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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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끊어짐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 『단절(들)』

클레르 마랭 지음 | 류재화 옮김/ 사람in 펴냄






왠지 소설 같은 제목이었다. 책은 인문 에세이였다.






우리 삶에 단절이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어떤 단절을 겪으며 살아가는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직업을 바꾸는 날, 낯선 도시로 이주하는 시간, 아이를 낳으며 이전의 삶과 작별하는 순간, 병을 겪으며 건강했던 자신과 멀어지는 경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가족과 거리를 두거나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는 일까지.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은 연결보다 단절을 통해 더 크게 변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전적으로 단절은 '이어지던 것이 끊어짐'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단절은 단순히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끊어진다는 것은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열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나의 문이 닫히는 순간 다른 문 앞에 서게 되는 경험. 그래서 단절은 상실이면서도 시작이고, 끝이면서도 변화의 이름이었다.







책은 단절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수많은 단절의 연속임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어제의 나와도 단절하며 살아간다. 스무 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전혀 다른 사람이고, 어떤 가치관은 사라지고 어떤 믿음은 새롭게 생겨난다. 변화란 결국 작은 단절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인지도 모른다.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물렀던 생각은 '나는 과연 하나의 고정된 존재인가'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자신을 하나의 일관된 사람으로 이해하려 하지만, 사실은 수많은 경험과 관계, 선택과 포기의 흔적이 겹쳐 만들어진 존재가 아닌가!!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이어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러 번 이전의 나와 결별하며 만들어진 새로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절은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익숙했던 가치관과의 단절, 오래 품어온 꿈과의 단절, 건강했던 몸과의 단절, 자신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도 모두 삶의 일부이고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프고, 혼란스럽고, 때로는 방향을 잃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바로 그 틈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한다.






우리는 무언가 끊어졌다고 하면 실패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모든 관계를 끝까지 붙잡는 것이 성숙은 아니다. 때로는 떠나는 것이 살아남는 일이고, 놓아주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 되기도 한다. 어떤 단절은 상처를 남기지만, 어떤 단절은 비로소 숨을 쉬게 만든다.






삶은 원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 그 인정이 오히려 큰 위안이 된다. 단절을 겪고 있다는 것은 길을 잃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는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결 속에서 살아간다고 믿지만, 어쩌면 인간은 단절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나를 잃고 다른 하나를 배우며, 익숙했던 자신과 작별하고 조금씩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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