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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괴물의 시간
마크 해던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 인간이 끝나지 않았기에 『개와 괴물의 시간』
마크 해던 지음 | 박아람 옮김/ 문학수첩
신화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인간은 조금도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개와 괴물의 시간』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신화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을 읽는 언어"라는 것이었다. 그리스 신화는 수없이 회자되었다. 마크 해던은 익숙한 그리스 신화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 담긴 욕망과 두려움, 죄책감과 폭력성, 사랑과 숙명이라는 오래된 감정을 현대적인 상상력으로 다시 빚어낸다.
이 소설집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기보다 여덟 편의 서로 다른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를 변주하기도하고, 폐허가 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낸다. 또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의 기억 속 상처를 따라가는 서사도 있다. 겉으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모두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무엇 때문에 괴물이 되는걸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제목이 주는 상징성이 크다.
특히 「벙커」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핵 재난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이 자신이 알고 있던 현실과 전혀 다른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인데, 단순한 생존담이라기보다 인간이 두려움 속에서 얼마나 쉽게 통제당하는지 그리고 길들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우리의 현실과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덟 편의 단편 소설에서 선과 악, 인간과 괴물의 경계가 끊임없이 흔들린다. 누군가는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정의를 위해 행동하지만 결국 또 다른 폭력을 만들어 내는 현실....
인물들이 입체적이다. 등장인물들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어느 순간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것이다.
어쩌면 '개'와 '괴물'은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인간 안에 공존하는 두 얼굴인지도 모른다. 충성심과 본능, 연민과 잔혹함, 이성과 욕망은 늘 함께 존재하며, 극한의 상황은 그중 무엇이 드러날지를 결정할 뿐이다. 괴물은 아주 먼 곳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인간성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마크 해던의 문장은 차갑고 절제되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상상할 여백이 많다. 이야기의 빈틈을 독자가 직접 메우게 만들고, 마지막 문장을 읽고도 한참 동안 작품 속 장면들을 되새기게 한다. 단편집임에도 각각의 작품이 독립적인 여운을 남기면서 하나의 거대한 질문으로 연결되는 구성이 무척 매력적인 소설이다.
수천 년 전 신화가 지금도 살아남은 이유는 인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는 변했고 배경은 현대가 되었으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인간은 여전히 욕망하고, 두려워하며, 선택 앞에서 끝없이 시험당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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