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인문학 - 모자를 보면 시대가 보인다
고호성 지음 / 주류성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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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모자 인문학 : 모자를 보면 시대가 보인다』

고호성 저 | 주류성 (펴냄)




모자를 보면 그 시대가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자가 시대의 얼굴이 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우리는 모자를 단순히 머리를 보호하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오래전부터 모자는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작은 공간이었다. 어떤 모자를 선택했는지는 곧 어떤 시대를 살아왔는지, 어떤 가치와 욕망을 품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 언어라고 말한다



저자가 모자 산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 흥미롭다.

고호성 저자에게 모자는 단순한 사업의 대상이 아니었다. 우연처럼 시작된 인연은 어느새 3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걸어온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한때 잠시 머물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평생의 길이 되었고, 세계 곳곳의 모자 공장과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치며 저자는 모자라는 작은 물건 안에 담긴 거대한 이야기를 발견해 왔다.


왕과 귀족에게 모자는 권위의 상징이었고, 노동자에게는 삶의 흔적이었으며, 예술가에게는 자신만의 세계를 드러내는 캔버스였다. 한 시대의 유행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당시 사람들이 꿈꾸었던 이상과 사회의 변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모자라는 작은 물건을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읽어낸다. 케네디 시대의 변화, 사라 베르나르의 페도라, 오드리 헵번의 우아함을 완성했던 모자처럼 한 시대를 대표했던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모자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는 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모자가 언제나 아름다움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탑햇은 신사의 품격과 계급사회의 질서를 보여주었고, 중산모는 변화하는 도시 문화 속에서 새로운 남성상을 상징했다. 파나마모자와 클로슈는 각각 시대의 취향과 여성의 삶의 변화를 담아냈다.


모자는 머리 위에 얹는 작은 장식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역사와 감정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왜 특정한 모자를 사랑했을까?

왜 어떤 모자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예술 속에서 만나는 모자도 인상적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속 중산모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리고, 천경자의 작품 속 모자는 한 인간의 내면과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문학 속 모자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운명을 암시하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은 늘 무언가를 머리에 올려왔다. 왕관을 쓰기도 했고, 투구를 쓰기도 했으며, 자유를 상징하는 베레모와 일상의 편안함을 담은 야구모자를 선택하기도 했다. 모자는 단순히 머리를 덮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선언 아니었을까?


오늘날 야구모자와 버킷햇, 트러커 캡이 전 세계인의 일상이 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모자의 의미도 변했지만,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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