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삼국지략 』 운명을 탓하는 자는 결코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조조 지음 | 트라이어드
삼국지는 늘 내게 멀게 느껴졌다. 요즘은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삼국지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막상 책으로 읽으려 하면 한자어와 수많은 인물, 그리고 남성 중심의 시대상이 진입 장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국지를 통해 인문학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궁금했고, 이 책은 내가 삼국지의 세계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읽기 전에는 삼국지 속 영웅들의 처세술을 정리한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떠오른 것은 전쟁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난세라는 거대한 시대보다, 그 안에서 각자가 어떤 기준으로 살아남으려 했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다.
특히 목차만 읽어도 오래 생각하게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칭찬에 기대어 사는 자는 한 번의 비난에 가장 먼저 무너진다.'
나는 이 문장을 보며 자연스럽게 SNS가 떠올랐다. 좋아요와 댓글 하나에도 기분이 오르내리고, 작은 비판 하나가 하루를 흔들어 놓는 시대다. 나 역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글을 쓰면서 응원보다 비판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경험을 했다. 결국 타인의 평가를 기준으로 살아가면 내 삶의 중심은 언제나 다른 사람 손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문장은 '후회라는 감정은 지나간 시간을 한 번 더 죽이는 짓이다.'였다.
후회는 반성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동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책도 말한다.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있는 동안 현재를 살아갈 힘만 잃는 일이라고... 이 책은 감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사람을 믿지 말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믿어라.'
처음에는 차갑게 느껴졌지만 곱씹을수록 현실적인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믿거나 쉽게 실망하기보다,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까지 함께 바라보라는 의미를 말하는 것 아닐까?
이 책은 조조를 완벽한 영웅으로 그리지도, 악인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성공과 실패, 냉정함과 결단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했던 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그래서 삼국지를 잘 모르는 사람도 역사책을 읽는다는 부담보다 삶의 태도를 묻는 인문 에세이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성공을 위한 기술보다 자신의 기준을 세우는 일을 더 중요하게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기준에 맞춰 흔들리는 삶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삶. 그것이 난세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불확실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국지는 영웅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삼국지는 결국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역사에 익숙한 사람뿐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운명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