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과 전쟁 - 무기화된 화학 이야기
앨리스 러브조이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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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필름과 전쟁』

앨리스 러브조이 지음 |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우리가 기억을 저장하는 물질은, 무엇의 역사를 품고 있는가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많은 것을 남긴다.


한 사람의 얼굴, 여행의 순간, 지나간 시간의 흔적. 필름은 오랫동안 기억을 저장하는 아름다운 매체로 존재했다. 이 책은 그 익숙한 물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필름은 단순히 이미지를 담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화학 산업의 산물이었고, 20세기의 가장 거대한 힘들이 충돌했던 전쟁과 과학기술의 역사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강렬했던 지점은 우리가 문화라고 믿었던 것의 뒤편에도 언제나 물질의 역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영화는 예술이고 사진은 기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필름은 수많은 화학 공정과 자원, 노동, 산업 체계 위에서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이미지가 탄생하는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생산의 세계가 있었다.


앨리스 러브조이는 필름이라는 작은 물질을 따라가며 20세기의 거대한 역사를 추적한다. 코닥과 아그파 같은 필름 기업은 단순히 사진과 영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아니었다. 그들은 화학 기술을 축적했고, 그 기술은 평화로운 시대에는 문화산업을 움직였지만 전쟁의 시대에는 군수산업과 연결되었다.

여기서 책이 던지는 질문!!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은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완성된 결과물만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영화를 보고, 사진을 감상하고, 기술의 편리함을 누린다. 하지만 그 기술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자원과 노동이 투입되었고, 어떤 정치적·경제적 구조 속에서 발전했는지는 쉽게 잊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잊힌 과정을 복원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필름과 핵무기의 연결이다. 필름은 빛에 반응하는 물질이었고, 역설적으로 핵 시대의 흔적을 기록하는 도구가 되었다.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던 기술이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파괴적인 무기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묘한 충격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며 과학기술은 결코 순수한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학은 언제나 사회와 정치, 경제와 함께 움직인다. 하나의 발명품은 실험실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 기업의 이해관계, 자원의 이동, 노동의 형태 속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콩고의 우라늄 광산 이야기는 기술 발전의 이면을 바라보게 한다. 원자폭탄이라는 역사적 사건 뒤에는 과학자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광산에서 자원을 채굴한 노동자들, 식민지 구조 속에서 움직였던 사람들, 이름 없이 역사 밖으로 밀려난 수많은 존재들이 있었다. 기술의 역사는 동시에 누군가의 희생과 연결된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책은 또한 전쟁을 산업과 과학, 환경과 기업, 자원과 권력이 얽혀 만들어지는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보여준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의 편리함 속에도 과거의 선택과 흔적은 남아 있다.


이 점에서 필름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현대 문명에 관한 책이다. 오늘날 우리는 필름 대신 스마트폰과 클라우드를 사용하며 기억을 저장한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은 어떤 물질 위에 서 있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한 보이지 않는 역사는 무엇인가.


좋은 역사책은 이미 알고 있던 사건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이 책은 사진과 영화라는 친숙한 영역에서 출발해 전쟁, 화학, 핵무기, 환경 문제라는 거대한 세계로 독자를 데려간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이미지뿐인가. 아니면 그 이미지를 가능하게 만든 세계까지 함께 기억해야 하는가.


필름은 수많은 순간을 기록했다. 사람들의 얼굴과 시대의 풍경을 남겼다. 하지만 동시에 필름은 인간이 만들어낸 욕망과 기술, 전쟁과 선택의 역사까지 품고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필름의 뒷면을 비추는 한 장의 사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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