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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에 내가 없다
권지연 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가방을 열었더니,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것은 '나'였다 『내 가방에 내가 없다』
권지연 · 김순이 · 김태이 · 김태희 · 양혜진 외 3인 지음/ 작가의집
누구나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시대다. 동시에 "종이책은 팔리지 않는다"는 말도 자주 들리는 시대다. 글을 쓰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가 독자의 마음까지 움직이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그래서 오히려 궁금해졌다. 평범한 여덟 명의 여성이 함께 쓴 에세이는 무엇이 다를까.
가방이라는 소재가 흥미롭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가방은 누구나 들고 다니지만 좀처럼 들여다보지 않는 것. 그 공간을 통해 저마다의 삶을 펼쳐 보인다.
가방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아이의 학원 교재, 가족이 먹을 약, 오래된 영수증, 급하게 넣어둔 물건들. 그런데 정작 그 안에는 '나'를 위한 물건이 없다. 립스틱 하나, 작은 거울 하나조차 사라진 가방은 어느새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돌보는 공간이 되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여덟 명의 저자는 직업도, 나이도, 환경도 다르다. 산부인과 전문의도 있고, 공무원도 있으며, 워킹맘과 자폐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글을 읽다 보면 놀라울 만큼 비슷한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 살아오느라 자신을 뒤로 미뤄두었던 시간들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특별한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월급으로 샀던 가방, 십수 년 동안 같은 가방을 들었던 엄마, 일터를 오가던 가방 하나에도 한 사람의 역사가 담겨 있다. 우리는 드라마 같은 극적인 서사를 원하지만 사람을 오래 붙잡는 것은 오히려 이런 작은 기억 아닐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이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쓴 에세이는 자칫 산만해질 수 있지만, 이 책은 브런치에서 만나 함께 읽고 함께 퇴고한 시간이 있었기에 하나의 대화처럼 이어진다. "나도 그랬어." "나 역시 그랬어." 서로의 이야기에 조용히 화답하는 목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합창이 된다.
에세이가 넘쳐나는 시대에 독자가 찾는 것은 더 이상 유명인의 특별한 삶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는 가방이, 결국 한 사람의 생애를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책을 덮고 나니 자연스럽게 내 가방을 열어보게 되었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보다, 언제부터 '나'를 위한 자리가 비어 있었는지를 묻게 된다. 좋은 에세이는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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