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조건 : 옆집에 사는 이웃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세요
네후네 하야세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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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네후네 하야세 장편소설/ 리드비








처음에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끌었다. '옆집 이웃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입주 조건이라니. 평범한 생활 밀착형 소설인가 싶었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그 생각은 완전히 빗나간다. 이 소설은 일상의 공간인 아파트를 가장 오싹한 공포의 장소로 바꾸어 놓는 괴담 미스터리!! 일상의 공포가 가장 무섭다!! 편해야 할 집이 공포 그 자체라니 !!!


주인공 다카히로는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청년이다. 월세를 낼 돈조차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이상한 구인 광고를 발견한다. 숙식이 제공되고 월급까지 받을 수 있는 일. 단 하나의 조건은 옆집 주민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 이미 스물세 명이 그 일을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는 맨션에 입주한다.







그러나 첫날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옆집 701호의 주민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기묘한 존재다. 그는 매일 밤 다카히로를 불러 괴담을 들려주고,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무서웠어?"라고 묻는다. 문제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상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선을 넘지 않아야 하는 긴장감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어딘가에 마물이나 괴이가 존재하기를 바랬다는 저자의 말!!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괴이들이 보여주는 의외의 다정함이었다. 함께 젤리를 먹고, 심심하면 놀이를 하고, 계절이 바뀌면 작은 선물을 건네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공포의 대상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오히려 삶을 포기하려던 한 청년이 이 기묘한 이웃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살아갈 이유를 되찾아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진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무섭지만 이상하게 따뜻하고, 기괴한데도 어쩐지 정이 가는 작품이다.










괴담은 단순히 들려주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에는 도시 괴담처럼 흘러가던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현실과 맞닿기 시작한다. 괴물이 좋아하는 음식,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마주친 사람들, 아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접근하는 수상한 존재, 절대로 알려서는 안 되는 생일.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에피소드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 맨션과 701호의 비밀을 향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특히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것은 다카히로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규칙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하면 안 되는지,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독자 역시 주인공과 함께 작은 단서들을 모으며 퍼즐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공포보다 긴장감이 더 오래 남는다.






이 작품은 화려한 귀신이나 잔혹한 장면으로 놀라게 하기보다, 일상 속에 아주 조금씩 스며드는 불안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이웃으로 살아야 한다는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문득 옆집의 인기척이 평소와 다르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다.


"……무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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