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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는 독립의 역사, 영웅
서경덕 지음, 김주용 감수 / 허들링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 협찬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서경덕 저 | 김주용 감수 | 허들링북스
인공지능으로 글을 쓰고, 음성으로 메모를 남기며, 손보다 키보드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시대다. 생각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검색창이 먼저 찾게 된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손으로 쓴다'는 행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따라 적는 일이 아니다. 눈으로 읽은 문장을 손끝으로 다시 통과시키는 과정이다. 활자로 스쳐 지나가던 문장이 손의 움직임과 함께 몸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특히 독립운동가들의 문장은 더욱 그렇다. 그들의 문장은 오늘날 SNS에 올리는 짧은 다짐이나 멋진 명언과는 다르다. 목숨을 걸고 남긴 기록이었고, 감옥과 고문, 죽음을 앞두고도 포기하지 않았던 신념의 결과였다. 쓰면서 더욱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온다.
이 책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필사라는 형식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의병장 유인석과 신돌석, 여성 의병 윤희순, 안중근과 김구, 윤봉길, 홍범도, 안창호, 유관순, 윤동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문장을 소개한다. 독자는 단순히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문장을 따라 쓰며 그들의 생각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할 때마다 늘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들은 처음부터 영웅이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가족을 걱정했고, 두려움도 느꼈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보다 더 큰 가치를 선택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특별한 이유는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수록된 문장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다.
"나의 소원은 대한 독립이요."
너무나 유명한 문장이지만 손으로 직접 적어보니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이 문장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나라를 빼앗긴 시대를 살아낸 한 인간의 평생 소망이자 삶의 방향 그 자체였다. 독립이라는 두 글자에 가족과 고향, 미래와 존엄이 모두 담겨 있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또 안중근 의사의 글과 조선혁명선언의 문장들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문장들은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를 넘어 인간의 자유와 존엄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다. 그래서 백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낡지 않는다. 시대는 변했지만 자유와 정의를 향한 열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내가 역사교과서에서 만난 인물들,
날짜와 사건을 외우게 하는 대신 한 사람의새 이름이 아닌 사람으로 그들을 만나게 된다.
첨단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빠르게 정보를 습득한다. 그런 점에서 필사는 가장 오래된 공부법이면서 오히려 가장 현대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손으로 문장을 쓰는 동안 우리는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은 결국 자신의 것 아닐까?
이 책은 특별하다.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통해 자유와 책임, 용기와 신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역사 수업이며,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잠시 멈춰 역사를 자신의 손으로 새겨보게 하는 특별한 기록이니까.
독립운동가들은 총과 폭탄만으로 싸운 것이 아니다. 때로는 한 편의 선언문으로, 한 줄의 시로, 한 장의 전단으로 시대와 맞섰다. 그들의 문장은 역사를 바꾸었고, 지금도 우리를 움직인다. 그리고 그 문장을 손으로 적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기억을 이어가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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