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4
잉게 숄 지음, 송용구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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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잉게 숄 / 시간과공간사









시간과공간사 클래식-004번을 만났다. 작가 잉게 숄은 내게 역사책 속 인물이라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빼앗긴 한 사람의 누나로 먼저 다가온다. 동생 한스와 소피는 독재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처형되었다. 그녀 역시 '반역자의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서 감옥을 견뎌야 했다. 누군가는 그런 기억을 평생 묻어두려 했겠지만, 잉게 숄은 오히려 그 상처를 기록으로 남겼다.

더 인상적인 것은 전쟁이 끝난 뒤의 삶이다. 잉게 숄은 복수나 증오에 머물지 않았다. 교육자와 문화운동가로 살아가며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쳤다. 자신의 가족들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을 사회적 책임으로 바꿔낸 정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독일.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언론과 교육, 시민의 삶 전반을 통제하며 독재 체제를 굳혀 간다. 많은 독일인이 침묵하거나 체제에 순응하는 가운데, 뮌헨대학교 의대생 한스 숄은 나치의 거짓과 폭력에 깊은 환멸을 느낀다.






한스는 친구 알렉산더 슈모렐,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빌리 그라프, 그리고 여동생 조피 숄, 철학 교수 쿠르트 후버 등과 함께 저항 조직 백장미단을 결성한다. 놀라운 것은 이들은 무기를 들지 않은 채 전단을 제작해 나치의 범죄와 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독일 시민들에게 양심에 따라 행동하도록 알린 점이다.







하지만 게슈타포의 감시는 점점 가까워지고, 마지막 전단을 배포하던 날 한스와 조피는 대학에서 체포된다. 이어 동료들 역시 차례로 검거되는데...


특히 이번 완역본의 의미는 크다. 기존 국내 판본에서 생략되었던 사형 판결문 전문과 목격자 증언이 처음으로 수록되었다고 한다. 판결문을 읽다 보면 법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실감하게 된다. 반대로 마지막 순간을 증언하는 기록들은 백장미단이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책에 함께 실린 여섯 편의 전단이다. 수십 년 전 독일의 청년들이 쓴 문장이 놀라울 정도로 현재적이라는 점에 놀란다.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고, 다수가 침묵을 선택하며, 권력이 비판을 억누르는 상황은 시대와 국가를 넘어 반복된다. 그들의 목소리는 과연 과거의 것일까?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남긴다.








역사는 종종 거대한 권력자의 이름으로 기록되지만,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것은 결국 자신의 양심을 포기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죽음을 앞두고도 자유 만세를 외친 정신!!!


이후 이야기는 처형으로 끝나지 않는다. 짧은 삶을 살았지만 나치 독재에 맞서 비폭력 저항을 선택한 젊은이들의 용기와 희생이 눈물겹다. 이 소설은 양심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기억되는지를 그린 실화소설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독립운동자들이 희생을 치르셨다. 옳은 것을 알면서도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독자에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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