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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 인간의 비합리성을 밝혀낸 행동경제학, 그 시작과 완성
리처드 탈러.알렉스 이마스 지음, 임경은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리처드 탈러, 알렉스 이마스/ 리더스북(펴냄)
승리했는데 저주라니. 이긴 사람이 왜 저주를 받는다는 것일까.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비합리적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이 책은 무척 흥미로워진다.
우리는 흔히 돈 문제만큼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더 싼 물건을 사고, 더 좋은 투자를 선택하며, 손해를 피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주식이 오르면 뒤늦게 뛰어들고, 이미 손해 본 투자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당첨 확률도 희박한 복권을 사면서도 언젠가 인생이 바뀔 것이라 기대한다.
책의 초반에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승자가 되지만, 정작 그 승리가 손해일 수 있다는 이야기 시작부터 흥미롭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에도 비슷한 순간이 많다. 무리해서 집을 사고, 남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워 투자에 뛰어들고, 경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더 큰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은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피하는 데 훨씬 민감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미 가진 것을 잃는 고통이 새롭게 얻는 기쁨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손해 보는 주식을 끝까지 들고 있고, 필요 없는 물건도 쉽게 버리지 못하며, 익숙한 환경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공정함'에 대한 이야기였다.
경제학은 오랫동안 인간을 철저히 이기적인 존재로 가정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최후통첩 게임 실험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불공정한 제안을 거부한다. 합리적으로 계산하면 받아야 하는 돈인데도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인간은 단순히 돈만 쫓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공정함을 원하고,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존엄과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우리의 선택을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심리적 회계였다.
같은 돈인데도 사람은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 월급으로 받은 돈과 복권에 당첨된 돈을 다르게 쓰고, 투자로 번 돈과 땀 흘려 번 돈을 다르게 생각한다. 돈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는 설명, 무척 현실적이다.
또한 효율적 시장 가설을 다루는 후반부도 기억에 남는다. 경제학 교과서는 시장 가격이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게임스톱, AMC 같은 밈 주식 현상을 통해 현실의 시장은 때때로 집단 심리와 광기에 휩쓸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보다 인간의 욕망을 더 잘 반영할 때도 있다. 코인 열풍과 주식 광풍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더욱 실감 나는 이야기다.
기존 경제학이 인간을 지나치게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계산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감정에 흔들리고, 체면을 생각하고, 후회하며, 욕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어쩌면 행동경제학이 위대한 이유는 인간의 약점을 비난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이책은 주식이나 경제에 관심이 없어도 흥미롭게 읽힌다.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고, 경제를 움직이는 것도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인간이라서 실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한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은 바로 그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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