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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화바이룽 | 서사원
분홍색과 블랙이 돋보이는 표지를 보고는 로맨스 소설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예상과 전혀 다른 곳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던 자리에 가족의 비밀과 살인, 그리고 한 인간의 평생에 걸친 고독이 기다리고 있었다니.....
소설을 읽으며 어쩌면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가장 모른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더 섬뜩한 일이다.
남편은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요구한다. 결혼도, 아이도 원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남편이 남긴 단서를 따라 조금씩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의문이 생긴다. 이미 오래전 직장을 정리한 상태였고, 가족에게 말하지 않은 일이 너무도 많았다. 그가 매일같이 출근한다며 나갔던 건 뭘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돌아온 밤, 설명할 수 없는 침묵과 무관심까지.
남편의 죽음 이후 정팡은 구치소에서 마지막으로 부탁받았던 숨겨둔 물건 찾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밍런이 남긴 기록과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고, 자신이 평생 알고 있다고 믿었던 남자가 사실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과연 밍런은 왜 가족을 떠나려 했을까. 그는 누구를 죽였으며, 왜 끝내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까. 정팡은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되돌릴 수 없는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

이 소설은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이 평생 숨겨온 비밀이 무엇이었는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얼마나 오해하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뒤에도 사랑과 이해가 가능한지를 묻는다.
읽는 내내 내가 가장 무서웠던 것은 살인도 아니고 죽음도 아니었다. 함께 살았다고 믿었던 사람의 삶을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작품 속 코끼리는 삶이 우리에게 떠넘기는 거대한 짐처럼 보인다. 제목이 주는 상징성은 책을 덮으며 깨닫게 된다.
그 흔들리는 시간 속에서도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묵직한 위로. 반전 충격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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