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버뮤다
범유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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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유진 저 | 나무옆의자







소설 첫 장에 ‘비행편대 19호(Flight 19)’ 사건이 언급된다. 나의 호기심 자극!! 궁금해서 찾아봤다.

흔히 ‘버뮤다 삼각지대 전설’이라 불리는 사건 이것은 실제로 존재했던 유명한 미스터리 사건이다. 외계인설, 시공간 왜곡설, 자기장 이상설 같은 수많은 SF 적 상상도 여기서 파생됐다. 실제로는 기상 악화와 항법 오류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워낙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강해 지금까지도 대중문화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소재가 아닌가?






이 소설 6호선 버뮤다의 제목도 여기서 가져온 것이다. 응암 순환선이라는 ‘빠져나오기 힘든 순환 구조’를 현대 도시판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변형한 셈이다. 지하철 안에서 방향 감각이 흐려지고 같은 장소를 계속 도는 느낌, 현실과 시간이 어긋나는 감각이 버뮤다 전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 SF인 줄 알았다.

설정만 보면 정말 SF처럼 보이기도 하다. 시간 이동, 반복되는 루프, 현실의 균열, 도시괴담 같은 요소들이 강하니까. 실제로 범유진 작가도 SF와 판타지 장르를 자주 넘나드는 작가라 더 그렇게 느껴진다.


이 소설의 시작은 굉장히 강렬하다. 주인공 진양은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자신이 불러낸 동생 진월을 지하철 살인사건으로 잃는다.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도 견딜 수 없는데, 그 죽음의 원인에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죄책감까지 진양을 무너뜨린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6호선 응암 순환선에서 정체불명의 무당을 만난 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검은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간 진양은, 동생이 죽기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단순한 타임 루프를 넘어선다. 진양은 진월을 살리기 위해 반복해서 과거로 돌아가지만, 시간을 되돌릴수록 오히려 두 자매 사이에 숨겨져 있던 감정과 기억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어린 시절의 상처, 사랑과 집착 사이의 미묘한 감정, 서로를 향한 죄책감과 의존이 뒤엉키면서 소설은 점점 더 음산하고 비극적이다.







실종의 원인을 규명하려 했던 이들은 어쩌면 그저 믿고 싶었던 거 아닐까 p08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배경 설정이다. 실제로 6호선 응암 순환선은 방향을 놓치면 다시 원을 돌아야 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범유진은 이 공간을 “시간이 사라지는 버뮤다” 같은 도시괴담으로 변형시킨다. 익숙한 지하철 풍경이 어느 순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되어버리는 감각이 굉장히 생생하다. 출근과 퇴근, 반복되는 이동이라는 도시인의 일상이 그대로 공포의 장치가 되는 셈이다.





범유진 작가는 원래도 SF, 판타지, 공포를 섞어 일상 속 균열을 만드는 데 능한 작가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남겨진 사람의 죄책감”을 아주 집요하게 밀어붙인다. 그래서 읽다 보면 단순히 무섭다기보다, 누군가를 잃어버린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의 감정에 더 가까워진다.


결국 6호선 버뮤다는 지하철 괴담의 형식을 빌려, “과연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정말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빠르게 읽히는 장르적 재미도 강하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오히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흔적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이 작품은 ‘하드 SF’라기보다는 감정 중심의 미스터리·호러에 더 가깝다. 시간 여행의 원리나 과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하기보다는, “왜 어떤 사람은 과거를 놓지 못하는가”, “죄책감은 사람을 어디까지 끌고 가는가” 같은 감정을 중심으로 밀고 나간다. 그래서 SF 적 장치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상실과 애도의 이야기다.


읽고 나니 문득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정말 과거를 다시 돌아가 바꿀 수 있다면 행복해질까. 아니면 결국 같은 감정의 고리 안을 계속 맴돌게 될까. 6호선 버뮤다는 SF와 괴담의 형식을 빌려, 결국 가장 인간적인 질문에 도착하는 소설이었다.





범유진은 특히 “청춘의 불안”을 도시 공간과 연결하는 데 강점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단 30페이지까지 읽고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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