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소설, 잇다 7
강경애.한유주 지음 / 작가정신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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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 한유주 저 | 작가정신








한유주 작가의 「바라건대」라는 제목은 정말 애절하고 아름답다.

이 말은 단순히 “바란다”보다 훨씬 오래된 호흡을 가진 말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간절하게, 그러나 끝내 포기하지 않고 건네는 말 같다.

소설에서 이 제목은 단순한 희망이라기보다 살아남기를 바라는 희망이 아닐까 싶다. 강경애의 작품 속 여성들은 늘 삶의 가장 아래에서 버텨내는 존재들이다. 굶주리고, 아이를 잃고, 병들고, 착취당하면서도 간절히 살아가는 모습이 눈물겹다... 울게 된다.







소설은 가난과 식민지 현실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여성들의 몸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강경애의 작품 속 여성들은 단순히 비극적인 피해자로만 서술되지 않는 점 내가 강경애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다. 굶주림과 폭력, 계급과 식민의 압박 속에서도 끝내 살아내야 하는 존재들이다. 때때로 거칠고 숨이 막힐 정도로 생생하다.


특히 「소금」에서 봉희가 굶주림 앞에서 느끼는 공포는 단순한 배고픔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존엄 자체를 무너뜨리는 기분이다. “살아서는 할 수 없다, 먹어야지……”라는 절박한 독백은 생존 앞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몰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ㅠㅠ







「원고료 이백 원」에서는 또 다른 결의 여성상이 등장한다. 사치와 생존, 개인의 욕망과 동지애 사이에서 흔들리던 인물이 결국 ‘누군가를 살리는 일’을 선택하는 장면은 당시 여성 지식인들의 고민을 엿보게 한다. 지금 읽어도 놀라운 것은 강경애가 여성의 현실을 계급과 정치, 노동의 문제 속에 놓고 바라보는 관점이다.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다.


내가 특히 인상 깊게 읽었던 「지하촌」은 말 그대로 빛이 닿지 않는 삶의 공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병과 가난, 장애와 차별이 뒤엉킨 세계 속 사람들은 마치 사회의 아래층에 묻혀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강경애는 그들을 연민의 대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살아가려는 인간의 감각과 욕망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특별한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후배 작가 한유주가 강경애의 작품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쓴다. 「바라건대」에서 예인은 서울의 도로와 다리 위를 지나며 과거의 유령들과 마주친다. 강경애가 기록했던 식민지 시대 여성들의 삶은 끝난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도시에도 다른 형태로 남아 있다는 듯이. 마포대교와 강, 떠도는 기억과 사라진 사람들의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를 겹쳐 놓는다.



한유주의 문장은 강경애의 세계를 직접 복원하기보다, 그 잔향을 따라 걷는다. 글을 쓰기조차 어려웠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남긴 여성 작가, 그리고 그 언어를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 여성 작가. 이 시리즈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강경애의 소설들이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난은 여전히 존재하고, 여성의 노동은 여전히 쉽게 지워지며,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사회의 ‘지하촌’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이 작품들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문학처럼 읽힌다.

바라건대은 오래전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동시에, 그 목소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부디 살아남기를”

“부디 잊히지 않기를”

“부디 우리가 서로를 기억하기를”

같은 기도에 가까운 제목처럼 느껴져서 간절히 나도 바라게 된다.


특히 이 시리즈 자체가 과거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현재로 이어 붙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제목은 마치 선배 여성 작가들이 후대에게 건네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바라건대 후배들아, 너희는 끝내 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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