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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 - 악마와의 두뇌 게임, 괴링에 빠져들다
잭 엘하이 지음, 채재용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잭 엘하이 저 | 채재용 역 히포크라테스(펴냄)
역사와 문화 교양서 카테고리에 있는 이 책은 유대인 역사와 세계대전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표지부터 시선을 끈다.
최근에 한나 아렌트 전기와 함께 병렬독서했다. 이 책은 단순한 전범 기록이 아니다. 악을 단죄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준다.
배경은 뉘른베르크 재판이다. 전 세계가 ‘악’을 법정 위에 세워놓고 판단하려던 순간, 그 중심에 한 정신과 의사가 있다. 더글러스 켈리, 그의 임무는 단순했다. 전범들이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묻는다.
이들은 정말 괴물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단연코 집중했던 인물은 헤르만 괴링이다. 그는 잔혹한 전범이면서도 동시에 지적이고 매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켈리는 그를 분석하려다, 어느 순간 그에게 이해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역시 그랬으니까...
우리는 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이해하려는 순간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든다.

이 책은 영화 《뉘른베르크》 원작 논픽션이라고 한다. 영화를 찾아봤다. 배경이 되는 홀로코스트와 제2차 세계대전
은 인간 역사에서 가장 극단적인 폭력의 사례다. 나는 왜 세계대전 서사에 이토록 집착하는걸까....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악을 특별한 존재로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악은 너무나 인간적인 얼굴을 하고 등장한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떠오른다. 다만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단순히 평범한 악이 아니라, 매혹적인 악, 설득력 있는 악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악은 이해될 때 가장 강력해진다는 것.
아돌프 히틀러 한 사람을 절대적 악으로 규정하는 일은 오히려 쉽다. 그렇게 하면 역사는 단순해지고, 책임의 범위도 축소된다. 한 개인에게 모든 악을 떠넘기는 순간, 그를 둘러싸고 있었던 수많은 동조와 방관, 협력의 구조는 일부 삭제되고 나아가 면죄부를 줄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악을 몇몇 인물의 문제로 축소하는 순간, 사회 전체는 스스로를 면죄한다. 이는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과 폭력의 역사에서 반복되어온 방식이며, 일본의 전범 문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를 악마화하는 동안, 다수는 책임의 바깥으로 밀려난다.
악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디까지 악을 이해하려 하는가라는 질문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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