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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걷는 이유 - 이부스키에서 왓카나이까지, 기억과 성찰의 2,600km
임병식 지음 / 디오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임병식 지음/디오네 (펴냄)
막연한 적대와 비판을 넘어, 우리는 일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일본을 설명하려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는 방식을 묻는 책이다. 한일 관계를 떠올리면 우리의 감정은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침략, 식민지, 전쟁,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갈등이 그렇다.
그 기억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과연 우리는 그 기억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가만 생각해보면 이 지점이 정말 중요하다.
저자는 2,600km를 걸으며 이부스키에서 왓카나이까지 일본을 통과한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일본은 하나가 아니었다. 과거를 외면하는 일본, 침묵하는 일본, 반성하는 일본, 그리고 바꾸려는 일본에 대해서....
71쪽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빛과 그림자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문화 유산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또 제국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남긴 흔적들이
여전히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산업 유산으로 소개되는 공간들 속에는 강제 동원과 착취, 그리고 침묵된 기억들이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모두가 좋아하는 외적인 미만을 강조한다. 무엇이 만들어졌는가에는 주목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묻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부분을 드러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할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기억되지 않는 역사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가해자라는 이름 뒤에 가려졌던 개인의 선택과 양심이다. 조선을 변호했던 일본인, 안중근을 추도한 일본인, 학살을 막으려 했던 이름 없는 사람들에 대해 역사는 국가의 서사로만 남지 않는다. 개인의 선택으로도 기록된다는 사실이다. 어떨 떄 그들은 없던 사람이 되기도 한다. 기록되지 않은 이름들에 대한 나의 양가적인 감정들....
계절의 흐름을 따라 구성된 이 책은 점점 더 깊은 질문으로 나아간다. 봄에는 기억을 마주하고, 여름에는 전쟁을 지나며, 가을에는 시민을 발견하고, 겨울에는 결국 미래를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어떤 의미에서는 단순했다. 우리는 일본을 미워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해하려고 하고 있는지...
책은 좋은 풍경으로 화보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움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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