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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곤충책 - 가장 쉬운 곤충 안내서, 최신 개정판
한영식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한영식 지음/ 진선아이 (펴냄)
생명과학이 주목받는 시대를 살며 내 주위 자연으로 눈을 돌리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쉬운 곤충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생명과학에 관심있는 성인 독자, 자연과 기후위기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밀도높은 책이다. 우리는 흔히 생명과학, 생명공학을 거창한 실험실이나 연구실에 소속된 이야기로 생각한다. 몇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길가와 공원, 베란다 화분 곁에서 이미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뉜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감각과 정서도 함께 변한다. 봄의 딱정벌레목을 떠올리면 아직 차가운 흙 위를 더듬거리며 움직이는 작은 생명들이 보이고, 나비목에서는 막 피어난 꽃 위를 맴도는 연약한 날갯짓이 떠오르기도 한다. 벌목의 분주함은 생존을 향한 열망을 배우게 된다. 지금이 마침 봄이라 그런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또한 파리목의 존재는 우리가 외면해온 생태계의 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름으로 넘어가면 풍경은 단순히 나의 눈이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감각 전체가 확장되는 듯한 감정이 밀려온다. 잠자리목의 얇은 날개는 햇빛을 머금은 채 공기를 가르며 지나가고, 메뚜기목의 도약은 눈에 보이지 않던 생명의 리듬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문장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은 작은 생명체를 통해 한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이해하게 된다. 책을 접해본 사람만 느낄수 있는 감동이다.
이름 없이 스쳐 지나가던 곤충에 대해 화려한 사진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쁨이라니! 그들은 숲 속의 작은 배경이 아니라 각자의 질서를 가진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개체수가 다양했던 여름을 지나 가을편으로 넘기면 가을 감각이 살아나는 화려한 곤충들, 벌레들, 풀과 나무가 조화롭다. 여름의 팽창하던 생명이 한 박자 늦춰지며 색과 형태로 자신을 드러내는 계절, 가을의 곤충들은 어딘가 더 또렷하고, 더 완성된 모습으로 다가온다. 나비목의 무늬는 한층 깊어진 색을 띠고, 노린재목의 존재감은 작지만 분명하게 자리한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사이를 스치는 작은 움직임들 속에서, 생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겨울은 어떤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지난 겨울 연수장의 눈 덮힌 운동장에서 담당자가 하던 말씀이 떠오른다. 겨울날 곤충의 수는 줄어들지만, 그 빈자리는 공백이 아니라 또 다른 생존의 방식으로 채워진다고.
그래서 이 책 겨울의 목록은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땅속에 숨어 있거나, 알의 형태로 시간을 견디거나, 혹은 완전히 자취를 감춘 듯 보이지만 여전히 어딘가에서 계절을 기다리는 생명들. 이 책을 따라 사계절을 읽고 나면, 자연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연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곁에 머무르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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