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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살고 싶다 - 말보다 조용한 위로, 명시 필사
김소월·신경림·안도현·윤동주 외 42명 지음, 이정민 인포그래픽 / 문예춘추사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소월 신경림 안도현 윤동주 외 지음/ 문예춘추사
시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시를 쓰는 마음, 시를 읽는 마음, 얼마나 고요하고도 아름다운가. 불안의 시대, 무한 경쟁의 시간을 지나며 우리는 점점 더 빠르게 말하고, 빠르게 잊는다. 그렇다면 시란 무엇일까. 이 책의 시인들은 말 대신 침묵으로, 설명 대신 한 줄의 문장으로 우리를 붙잡는다.
봄이다....
이 시집에 실린 시인들은 낯설지 않다. 학창 시절, 국어 문학 시간에 교과서로 먼저 만났던 이름들이다. 그때 우리는 수능을 위해 시를 읽었고, 밑줄을 긋고, 의미를 외우고, 정답을 찾으려 애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다시 만나는 이 시들은 그때보다 더 또렷하고 깊게 다가온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그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더 순수하게 시를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잘 이해하지 못해도, 수능 문학에 대한 압박감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시는 좋았다. 아무 이유 없이 좋다고 느끼던 마음. 한 문장을 오래 바라보던 시간. 그 감각을 잊고 지낸 채, 나는 너무 빨리 읽고 너무 많이 이해하려고만 했던 건 아닐까.
김소월의 서정, 윤동주의 고요한 결심, 백석의 따뜻한 언어, 신경림과 안도현의 삶에 닿아 있는 시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달라진 것은 오히려 나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시를 다시 만나는 일이면서, 동시에 예전의 나를 그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일이기도 했다.

표지도 아름답지만 내부 구성이 파스텔 톤으로 따스하다. 책이 봄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손으로 따라 쓰는 순간, 시는 더 이상 타인의 언어가 아니라 내 감정의 일부가 된다.
필사를 하다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지! 분명 남의 문장을 옮겨 적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 문장이 나의 이야기가 된다. 하루 동안 쌓였던 말들이, 설명되지 못한 감정들이 또렷해지는데 이 기분은 아마도 필사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말로는 다 하지 못했던 것들이 손끝을 통해 흘러나오는 경험. 이 책은 그 시간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위로를 크게 기대하지만, 사실 위로는 조용하게 온다. 고요하게 건너와야 진짜 위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건네는 것도 그런 종류의 위로다. 어떤 문장은 지금의 나를 정확히 알아본 것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 문장을 한 글자씩 옮겨 적는 동안, 마음의 속도를 늦춰주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시처럼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시처럼 산다는 것은 특별한 삶을 사는 일이 아니라, 한 문장 앞에서 멈출 수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 잠시 멈추고 오래 봐야 한다. 하나의 소재를 끝까지 붙들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나의 시인님이 말해주었다. 등단 이후 산문에 집중하느라 시를 쓰지 못했는데 다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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