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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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트레이시 슈발리에 장편소설 / 소소의책








예술과 시간의 서사 측면에서도 줄거리 측면에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오르솔라 로소가 있다. 15세기 말, 무라노의 유리 장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유리와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당시의 엄격한 관습은 여성에게는 매우 엄격했다. 여성은 유리 공방에서 일할 수 없다. 유리 제작은 남성 장인들의 영역이며, 그 기술은 가문과 조합을 통해 비밀스럽게 계승된다. 소설은 서두부터 흥미롭다.






아버지의 죽음과 가문의 몰락 위기 속에서 오르솔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생계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금기를 넘는다. 직접 용광로 앞에 설 수는 없지만, 그녀가 선택한 길은 ‘구슬 공예’다. 작은 유리구슬을 만들고, 색을 배합하고, 형태를 완성하는 일. 겉으로는 주변적인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완벽을 추구한다.






소설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구조를 가진다. 한 세기를 통째로 건너뛰기도 하고, 전염병과 전쟁의 시기를 빠르게 통과하기도 한다. 마치 작가가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물수제비처럼 시간을 튕기며 나아가는 느낌이다. 사실과 상상을 뛰어넘는다라는 소설 소개 문장이 와닿는 순간이다.

오르솔라의 삶은 16세기, 17세기, 18세기를 가로지른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흥망,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 나폴레옹의 침공, 오스트리아 지배, 세계대전까지. 역사는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고, 무라노의 유리 산업은 부흥과 쇠락을 반복한다.







그 사이에서 오르솔라는 늙지 않는 인물처럼 등장한다. 엄밀히 말하면 그녀의 삶은 현실적 시간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비현실성은 판타지가 아니라 상징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이 번역되고 사랑받은 걸까....


주인공은 한 세기를 살다간 한 개인이면서 동시에 무라노 여성 장인들의 집단적 기억을 체현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녀가 만든 구슬은 유럽 왕실과 귀부인들의 목을 장식한다. 빈, 파리, 리스본으로 흘러가며 세계를 순환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가까운 이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사랑은 번번이 어긋나고, 가족은 그녀의 재능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두려워한다. 그녀는 유리를 다루는 법을 배워가듯, 상실과 침묵을 견디는 법을 배운다.


완벽함을 향한 집요함. 전통과 혁신 사이의 긴장. 예술이 생존과 맞닿아 있을 때의 절박함. 그것이 오르솔라의 생을 이끄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세계관이 너무나 또렷하여 역사소설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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