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소녀 상상 고래 27
차율이 지음, 도밍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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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차율이 (지음)/ 고래가숨쉬는도서관 (펴냄)






표지의 소녀는 왜 울고 있을까? 짙푸르고 깊고, 차갑고, 숨을 오래 참아야 닿을 수 있는 바다의 색깔~~

소설은 청소년들의 상처를 감추지 않는다. 상처 위에 환상을 덧칠하지도 않는다. 조금 희망적인 것은 상처가 다른 형태의 세계로 변형되는 순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우리 학생들의 현실이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은 행복한가? 청소년들은 어떤가?





나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그 시절에도 어른들은 같은 말을 했다. 조금만 참으라고, 대학생이 되면 재밌는 일이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그러나 불과 몇년만에 대학생이 되었고 즐겁고 재미난 유흥거리가 많은만큼 책임감도 함께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어른들은 하나만 말해주고 둘은 모를까?

차율이의 첫 단편집에는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머리에 꽃이 피는 아이들, 스마트폰을 닮은 외계인,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바다로 들어간 신인류, 그리고 마녀가 산다는 저택. 얼핏 보면 기묘하고 환상적인 설정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학업 스트레스, 중독, 차별, 가정 폭력. 아이들이 겪고 있지만 어른들이 쉽게 외면해온 것들이다. 이 시기만 지나면 된다고 조금만 참으라고 하면서....






「내 머리에 꽃이 핀다면」에서는 아이의 고통이 꽃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이 몸 바깥으로 자라나는 순간, 그 기이함은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진다. 의대 입시를 위해 초3때부터 의대반을 다닌 아이들....그들에게 나타난 괴바이러스의 정체는?


「지구인 정복 일지」는 웃기고 기묘한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스마트폰에 잠식된 우리의 얼굴을 정면으로 비춘다. 외계인은 낯설지 않다. 너무 익숙해서 섬뜩하다.

표제작 「투명한 소녀」는 인간이기를 멈추고 바다로 들어간 아이의 이야기다. 해양 생물의 성질을 갖는 ‘어인’이 된 소녀는 투명해진다. 보호받지 못한 몸과 마음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는 방식이 너무도 조용해서 그 긴 여운이 오래 오래 남았다.


「나비 저택」은 외롭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마녀의 소문이 도는 저택은 사실 누군가의 상처가 머물 수 있는 마지막 장소처럼 느껴진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결말에 있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통쾌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어떤 상처는 벌을 받지 않고, 어떤 고통은 끝까지 남는다. 하지만 그 미적지근함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삶은 늘 권선징악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대신 버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고. 사라지지 않아도, 도망치지 않아도, 다른 선택지가 존재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도밍 작가의 그림은 이 세계를 완성해주는 느낌이다. 화려하고 기묘한 이미지들은 이야기의 여백을 더 깊게 만든다. 글과 그림이 서로를 설명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남긴다.

이미 투명해진 기억을 가진 사람들, 한때 바다로 도망치고 싶었던 사람들, 혹은 지금도 누군가의 상처를 알아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속삭인다.

자기 자신을 버릴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그리고 이겨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아픈 세계를 은유하는 방식이 더 오래 남는 판타지. 상처 위에서 자라난 이야기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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