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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2 ㅣ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가람기획 (펴냄)
무려 스물아홉 편의 단편소설, 구하지 못할 소설은 아쉽게도 수록되지 않았고 발표 연대순으로 수록되어 있다. 한국 단편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효석 전집 2』를 읽는 시간은, 한 작가의 이름을 다시 배우는 기념비적인 경험이었다. 내겐 수능 지문으로서의 「메밀꽃 필 무렵」... 단지 수능 문학으로 호명되어 온 이효석을 만나는 시간 새해를 맞이하며 뜻깊은 경험이다. 여기에는 자연을 노래한 서정의 작가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감각과 욕망, 상실과 고독을 끝까지 밀고 나간 근대적 소설가 이효석을 복원한다.
각 단편을 따로 리뷰를 해도 무방할 만큼!!! 특히 「낙엽기」나 「마음에 남는 풍경」을 읽다 보면 사건은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 장면의 온도와 빛, 공기의 촉감이 마치 방금 만난 것처럼 오래 남는다. 이효석의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 읽기보다, 풍경 속에 잠시 서 있는 느낌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사랑과 욕망을 다루는 방식이다. 「개살구」, 「해바라기」, 「장미 병들다」 같은 작품들에서 사랑은 고백이나 결말로 수렴되지 않는다. 이효석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감정이 발생하는 조건 예를 들면 계절, 빛, 냄새, 신체의 감각을 정교하게 배치한다. 그 결과 독자는 인물의 마음을 직접 접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인상적인 작품은 「황제」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효석의 이미지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말년의 나폴레옹을 1인칭 회고 형식으로 그려낸 이 소설에서, 이효석은 역사적 인물을 빌려 인간의 허영과 고독, 쇠락의 감각을 탐문한다. 향토성과 서정의 작가로만 기억되던 이효석이, 얼마나 대담하게 서사 실험을 감행했는지를 보여준다. 와!!! 놀랍다. 그는 왜 나폴레옹에 자신을 투영한 걸까... 천재적 성공, 절대 권력, 역사적 영광을 모두 경험한 뒤, 완전한 몰락과 고독을 겪은 인물 나폴레옹이다.
이효석은 이 인물을 통해 성취 이후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위대함이 사라진 뒤에도 인간은 존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폴레옹은 영웅이라기보다 정점 이후의 인간’을 사유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가면이 아닐까.... 이 한 편만으로도 이 전집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이효석을 향토 서정 작가로만 규정하는 기존 편견을 깨며 역사·자아·권력에 대한 사유를 담은 소설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히려 이효석을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독자일수록,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낯섦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단편소설이라는 형식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다시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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