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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 세계를 손에 넣은 대왕의 도전과 정복의 리더십 ㅣ 그레이트 하모니 2
필립 프리먼 지음, 노윤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정복 중의 연대 너머에서, 행간을 살필 것~!!! 【 알렉산드로스】 세계를 손에 넣은 대왕의 도전과 정복의 리더십

필립 프리먼 지음 | 노윤기 옮김 | 21세기북스
먼저, 책의 저자님 이름이 낯익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한니발》의 저자셨다. 역시!!!!!!!
이 책은 제목이 약속하는 바를 충실히 썼다. 필립 프리먼은 알렉산드로스를 세계사에서 가장 성공한 정복자이자, 가장 매혹적인 리더십의 원형으로 복원한다. 마케도니아의 변방에서 출발해 그리스, 아시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에 이르기까지 이르는 책의 목차가 곧 정복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야망이 어디까지 어떻게 확장되는지 경로를 살피는 동안 내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저자는 전투의 흐름, 정치적 판단, 문화 통합의 전략을 균형감 있게 엮으며 알렉산드로스를 단순한 전쟁 기계가 아닌 사유하는 지도자로 그려낸다.
알렉산드로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많은 책을 읽었다. 이번에는 좀 다른 감각으로 그가 있기까지 조력자였던 여성들은 누구였을까? 이 부분을 찾기 위해 책 너머를 살펴야 했고 나의 상상력을 보태야 했다. 이런 독서는 너무 재밌다.
그의 어머니 올림피아스와 아버지 필리포스의 모습은 인간이면서 살짝 신격화된 모습. ( 나만의 소감이다^^... 저자는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젊은 날 그들이 사랑을 나누고 알렉산드로스를 잉태하는 장면 인상적이다. 내내 알렉산드로스의 어머니를 떠올렸는데 그녀는 아름답고 총명하고 신비롭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알렉산드로스의 현장 리더십이다. 그는 항상 최전선에 섰고, 병사들과 동일한 위험을 감수했다. 게드로시아 사막에서 물을 버리는 장면이나, 인도 성채에서 홀로 성벽 안으로 뛰어드는 대목은 영웅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무한 도파민 세례다. 이 책이 오늘날까지 ‘리더십 교본’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령하는 자가 아니라, 먼저 몸을 던지는 자라고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나에게 이 책은 동시에 아쉬운 역사서가 된다.
지금부터 내 생각__________
위대한 남성의 서사, 침묵당한 여성들
알렉산드로스의 생애에서 여성들은 배경으로만 존재한다. 어머니 올림피아스는 초반부에서 강렬하게 등장하지만, 곧 정치적 도구 혹은 기이한 인물로 밀려난다. 정복지의 공주들, 아내들, 합동결혼식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제국 통합의 상징으로 기능할 뿐, 서사의 주체로 호명되지 않는다. 이 책의 연대기는 철저히 제왕의 시선으로 정렬되어 있다. ( 여성 작가가 썼더라면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 다시 쓰고 싶다)
물론 이는 저자의 의도라기보다, 고대 사료 자체의 한계일 수 있다. 기록은 언제나 권력자의 것이었고, 전쟁은 남성의 언어로 쓰였다.( 전쟁을 저지른 사람도 남자였다).... 여기서 알렉산드로스의 ‘세계 제국’이 정말로 세계적이었는지 묻으면 그의 팬(?)들에게 돌 맞을까?
그가 허물고자 했던 경계에는 인종과 문화는 포함되었지만, 성별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는 과연 무엇을 허물고 싶었던 걸까?
이 책은 알렉산드로스의 포용을 말하지만, 그 포용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는 질문되지 않는다. 나는 여성 독자로서, 서사의 여백을 늘 의식하는 사람으로서 화려한 정복사의 이면을 계속 떠올렸다. 제국은 누군가의 침묵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니었을까.

신이 되고자 한 인간, 그리고 균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알렉산드로스를 완전한 영웅으로 봉인하는 않는다. 헤파이스티온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 클레이토스를 살해한 뒤의 자기혐오, 점점 심화되는 고독과 오만은 정복의 서사에 균열을 낸다. 저자의 손끝에서 알렉산드로스는 인간다운 모습으로 복원되는 듯싶다^^
33세에 끝난 생. “가장 강한 자에게”라는 유언. 이 모든 것은 위대함과 동시에 공허함을 남긴다. 제국은 분열되었고, 남은 것은 이름과 신화, 그리고 수많은 해석이다. 알렉산드로스가 추구했던 ‘세상의 끝’은 결국 도달 불가능한 지점이 아니었을까....
정복의 이면에서 나는 무엇을 살피고 싶었나?!
정복은 언제나 승자의 언어로 기록되어 왔다. 전투의 이름, 왕의 혈통, 지도 위에 긋는 경계선은 남았지만, 그 경계가 지나간 자리에서 누구의 삶이 무너졌는지는 거의 기록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정복 그 자체보다, 정복이 만들어낸 결론만 읽고 외운다. 지금 떠올려보면 학창 시절 역사 시간은 최악이었다. 전쟁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은 누구의 것이었는가! 제국의 확장 속에서 ‘통합’은 진정한 통합이었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역사를 읽는 이유, 이름조차 남지 않은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통과했는가 ( 여성들, 어린이, 소수자들.....)
정복의 이면을 읽는다는 것은, 전쟁을 도덕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 마시길!! 단지 기록의 시야를 확장하는 작업일 뿐! 내게 역사는 그렇다. 기록된 이면을 읽어내는 작업이다.
p. 165 장면에서 친구 헤파이스티온과 페르시아 왕족 여성들을 찾아갔던 일화
여성들은 키가 큰 헤파이스티온을 왕인 줄 알고 그의 앞에 엎드리자, 알렉산드로스는 깔깔 웃는다 ㅎㅎ
유머러스하고 자비로운 장면인데 이런 행간을 읽어내는 작업을 책의 저자는 어떤 기록에서 가져오셨을까 놀랍네
p. 391에서 귀하신 왕족들, 전사들이 잠시 엔조이는 이민족 여성을 만나지만
정말로 남자들이 결혼을 할 때는 고향 출신의 정숙한 여인을 원했다 ㅎㅎㅎ 게다가 이들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여성 하나당 많은 지참금이 필요했다.
기존 역사서,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알렉산드로스: 위대한 남성, 이상화된 정복자
그동안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권위 있는 연구서들이 구축해온 기본 이미지는 분명하다. 그는 천재적 군사 전략가, 카리스마적 지도자, 문화 융합을 꿈꾼 이상주의적 제왕이었다. 로빈 레인 폭스, 피터 그린, 에른스트 바디안 등 주요 연구자들 역시 해석의 온도 차이가 살짝 있을 뿐, 알렉산드로스를 세계사를 전환시킨 인물로 규정한다.
특히 학계에서 반복되어온 핵심 이미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불패에 가까운 전술적 천재.
둘째, 그리스 세계를 넘어 아시아까지 포괄하려 했던 코스모폴리탄적 비전.
셋째, 젊음과 과잉, 신성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비극적 영웅성이다.
필립 프리먼의 이 책 또한 이 계보 위에 놓여 있다. 그는 알렉산드로스를 잔혹한 정복자로만 축소하지 않고, 시대를 앞서간 통합자이자 몸으로 리더십을 증명한 인물로 설득력 있게 복원한다. 이는 분명 이 책의 강점이다.

반복되는 한계: 제왕의 내면은 풍부해지고, 주변은 다시 사라진다
전문가들의 연구가 축적될수록 알렉산드로스 개인의 내면은 정교해졌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세계를 구성했던 다수의 삶은 다시 배경으로 밀려났다. 어머니 올림피아스, 아내들, 정복지의 여성들, 병참과 돌봄을 담당했던 이들, 패배 이후에도 그 땅에 남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서사의 주변부에 머문다.
이는 특정 저자의 윤리적 결함이라기보다, 고대사 연구가 오랫동안 의존해온 사료 중심·권력 중심의 서술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닐까
주변인, 잊힌 사람들을 복원하는 작업에 신경 써주시길.....
알렉산드로스가 복원되고 선명해지는 동안
그의 주변인들은 축소된다.
알렉산드로스를 다시 읽는 이유는 뭘까?
오늘날 우리가 알렉산드로스를 다시 읽는 이유는, 그를 더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위대함이 가능했던 조건과, 그 과정에서 소거된 것들을 함께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필립 프리먼의 이 책은 그 출발점으로 충분히 유효하다. 그러나 그다음 질문은 독자의 몫이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정복자의 시대에, 이름 없이 살아간 사람들은 어떤 역사를 살았는가.
그리고 앞으로의 역사서는, 그들을 어디까지 불러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질문을 품고 읽을 때, 알렉산드로스는 비로소 과거의 영웅이 아니라 현재의 사유를 자극하는 인물로 다시 살아난다.
승자만 기록되는 역사에 대한 반대!!!
기존의 역사서는 전쟁을 남성의 영역으로, 정복을 진보의 증거로 '정당화'해왔다. 내가 사랑하는 SF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서사 안에서 여성은 주체가 아니라 배경이 되었고, 민중은 숫자로만 남았다.
승리보다 지속을 기록하는 역사 영웅보다 관계를 중심에 놓는 역사
이는 특정 성별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문제가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 믿으며 글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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