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토피아
고예나 지음 / 팔일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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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고예나 장편소설/ 팔일오 (펴냄)



《경성 브라운》의 작가 나는 이분의 작품을 처음 만나본다. 찾아보니 마이 짝퉁 라이프로 2008년 민음사 오늘의 작가 상을 수상하셨다고 한다. 종이책, 긴 글 읽지 않는 시대에 작가% 작가 지망생은 왜 이렇게도 많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






한눈에 들어오는 파란 표지처럼 맑고 단순해 보이지만, 읽을수록 불편하고 날카로운 소설이다. 작가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여러 차 읽고 이 소설을 결심했다고 한다. 소설이 출발한 우화적 장치를 한국 사회의 현재로 끌어오며, 21세기의 정치적 기만과 무력한 대중을 정면으로 겨눈다. 이 작품이 한국판 동물농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한 설정 유사성 때문이 아니라, 권력과 복종의 구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태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장수거북이 인간에게 붙잡혀 아쿠아리움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자유를 잃은 슬픔보다 먼저 등장하는 것은 안도감이다. 이미 그곳에 있던 옥토와의 재회, 먹이와 안전이 보장된 환경은 감금된 삶을 빠르게 일상으로 만든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언제 자유보다 안락을 먼저 선택하게 되었는가.

아쿠아리움이라는 배경이 내게는 낯설지 않았다. 돌고래나 상어, 바다생물을 잡아넣고는 먹이로 훈련시켜 길들이는 그리하여 인간의 밥벌이가 되는 곳이라 적으면 너무 비판적인가! 동물 복지를 말하자 그러는 너는 고기를 안 먹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던 적...






밤이 되면 인간이 사라지고, 바다생물들만의 회의가 열린다. 탈출이라는 단어는 이상처럼 떠오르지만, 동시에 위험과 책임을 동반한다. 누군가는 바다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이곳이 더 낫다고 말한다. 논쟁은 점점 정치화된다. 흔히 인간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가!!! 말 잘하는 존재들이 등장하며, 공동의 목표는 조금씩 왜곡된다. 고예나는 이 과정을 통해 민주적 토론이 어떻게 협잡과 선동으로 변질되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대중을 결코 무고한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먼 대중은 누군가에 의해 속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편안함을 택함으로써 스스로 눈을 감은 존재들이다. 탈출을 외치는 소수는 언제나 과격하거나 비현실적인 존재로 밀려나고, 다수는 중립이라는 이름의 현상 유지를 선택한다. 그 결과 탄생하는 것이 바로 오션토피아가 아닐까? 처음에 오션토피아가 무슨 의미지 싶었는데..... 모두가 꿈꾸었으나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유토피아, 혹은 권력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경성 브라운에서 역사적 현실을 다루었던 고예나는 이번 작품에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무대로 삼는다. 그러나 그 허구성은 오히려 현실을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아쿠아리움은 보호 시설이자 감옥이고, 바다는 자유이자 무한한 불안이다. 이 단순한 대비 속에서 독자는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자연스럽게 점검하게 된다.





소설은 통쾌한 풍자를 가장한 씁쓸한 자기 고발문에 가깝다. 웃으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웃음이 멈춘다.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정말로 자유를 원하는가, 아니면 누군가 대신 결정해 주는 안전한 수조를 원하고 있는가. 책을 덮은 뒤에도 파란 표지의 색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것은 바다의 색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온 감금의 색에 더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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