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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 - 인간관계편, 개정판 ㅣ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이케가야 유지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펴냄)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역설적으로 인간관계가 더 어려워진다. 이론을 알수록 오히려 감정은 단순해지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 만큼 상처도 더 또렷해진다. 책은 인간관계가 왜 힘든지 묻지 않는다. 대신, 원래 그렇게 설계된 존재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첨단과학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내가 늘 자주 품는 질문이기도 하고 또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뇌과학과 심리학, 데이터와 실험이 인간관계를 더 나아지게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 사회를 거대한 사시나무 군락 판도에 비유한다. 수만 그루의 나무가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 구조. 아름답지만, 유지하기 어렵고, 한 부분의 병이 전체로 번질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첨단과학은 이 구조를 더 잘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가 책을 통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왜 이렇게 복잡한지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무겁지도 않고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몇 장면을 소개하면 잠이 부족하면 살이 찌는 이유는 의지와 무관하다는 부분이다.
수면과 체중의 관계를 다룬 연구 역시 통념을 건드린다. 닷새 동안 하루 5시간만 자게 한 실험 참가자들의 체중은 평균 0.8킬로그램 증가했다. 문제는 활동량이 아니라 섭식 행동이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과자나 간식에 손이 더 자주 갔다.( 이거 정말 내 이야기인가 싶을 만큼 공감 )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기보다, 판단과 자제를 담당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먹지 않으면 된다는 결심이 성립하기 전에, 이미 선택은 기울어 있었다. 이 실험은 비만을 개인의 절제력 문제로만 돌려온 시선을 되돌려 놓는다. 뇌 상태가 달라지면 선택의 조건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뇌 상태 실험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에서 만나는 타자 — 사람과 쥐의 공동작업, 고령자 우울증 빈도 실험, 초능력과 뇌 연구도 재미있었다.
심리학은 관계를 고치는 학문이 아니라, 나를 덜 몰아붙이게 하는 학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었다고 헤서 인간관계가 쉬워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사람은 예측 불가능하고, 감정은 어긋난다. 하지만 적어도 자책감은 내려놓게 된다. 내가 유난한 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원래 그렇다는 점. 관계에서의 실패가 곧 인격의 실패는 아니라는 점이다.
해답이 아니라 숨 쉴 공간을 건네는 책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드문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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