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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이머전 클락/ 오리지널스 (펴냄)
영미 장편소설, 표지도 매력적이다. 독립출판에서 시작한 소설이 무려 250만 독자가 사랑한 작가가 되기까지 그 과정도 궁금했다. 소설의 줄거리보다는 소설이 주는 사회적인 시사점, 사회 이슈나 역사를 반영하는지 늘 궁금한 내게 소설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 같은 이 소설!! 이다혜 작가의 추천 문장처럼, 이 작품은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라는 믿음을 플롯으로 구현한다.
무엇보다 인물에 대해 연구해 봤다.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실태와 비교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전형성,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먼저 주인공 카라는 폭력의 생존자이기도 하면서 의심 속에 자란 사람이다. 카라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검열이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을 잘 믿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하며 사랑이란 배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불편한 인물은 단연 아버지다. 가해자이면서 기억을 잃었다는 이유로 면죄자인.. 오직 피해자만이 모든 기억을 떠안는다.
소설은 아버지를 쉽게 악마화하지 않지만, 서사적으로 볼 때 매우 잔인한 인간이다.
사랑을 연습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는 베스 , 그는 구원자가 아니라 삶의 연습이다. 베스는 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설은 그래도 아버지인데 혹은 다 지나간 일인데 혹은 집안 망신 시키지 마라며.... 카라가 겪는 침묵은 한국 사회에서도 너무 익숙하다.
특히 폭력 이후의 거짓말이 가관이다. 사고였다, 넘어졌다, 기억이 없다는 식의... 지금도 반복되는 구조 아닌가! 다만의 소설이 한국 사회와 다른 점은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인은 없다, 그러나 상처는 있다... 이 소설에는 전형적인 악당은 없다. 오히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 떠나버린 오빠, 침묵한 친척들은 마냥 악인으로 규정하기에 뭣한, 그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회피하고 실패한 인간들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최근 영미권 소설은 선악 구도보다 왜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 느낌으로 단지 가족의 비밀을 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소설을 줄거리 위주로 읽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정폭력과 침묵이 한 인간의 기억·정체성·사랑의 감각을 어떻게 왜곡하는가를 끝까지 추적함으로써 최근 영미 인기 소설의 작법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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