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의 시대』 과학으로 말하는 인간 존재의 이유

퀀텀의 시대 - 인류 문명을 바꿀 양자컴퓨터의 미래와 현재
이순칠 지음 / 해나무 / 2025년 10월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이순칠 지음/ 해나무

저자의 전작이 출간되었을 때 읽은 나로써는 이번 신간이 반가웠다.

미래는 이미 도착해 있다. 다만 우리가 아직 그것을 해석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생각은 첨단과학의 시대, 인공 지능의 시대를 살며 늘 느끼는 점이다. sf 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상황, 가장 있을 수 없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 것을 보니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과학의 언어로 쓰인 철학책을 읽는 기분^^ 어렵기만 한 양자컴퓨터는 단순히 연산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세계의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저자의 전작에서도 느낀 점이다.

1부에서 저자는 뉴턴의 세계에서 아인슈타인의 세계로, 그리고 양자역학으로의 전환을 문명의 첫 번째 퀀텀 점프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마치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서 밀려난 코페르니쿠스적 충격 이후, 확실성 없는 시대를 받아들이는 예견이기도 하다.

책 속 문장을 통해 양자물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의 법칙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준다. 눈에 보이는 별과, 우리를 이루는 원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얽힘이 존재한다. 양자세계는 그 얽힘을 통해 우리가 이 우주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인간이 만든 최초의 우주적 두뇌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빠른 계산기가 아니라, 우주의 작동 원리를 모방하는 기계다.

별의 질서, 입자의 리듬, 생명의 흐름을 동시에 연산할 수 있는 존재. 결국 인간은 별의 사고방식을 흉내내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첩, 얽힘, 불확정성…등의 어려운 개념들은 단지 과학 용어가 아니라 철학적 용어처럼 설명된다. 과학에 자신이 없는 분들에게도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책이다. 특히 2부에서는 양자기술이 어떻게 현실의 문제에 스며드는지를 보여준다. 양자통신, 양자센서, 양자컴퓨터 용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 암호 해독이나 비트코인의 예시는, 우리가 지금 신뢰라 부르는 개념의 부정확성을 보여준다.

3부 이후는 훨씬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암호체계를 무너뜨리는 순간, 인류는 ‘보안’이 아니라 ‘신뢰의 새로운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사실..... 변화의 속도는 인공지능보다도 더 급격할지 모른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양자 기술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윤리적 상상력 이라는 내용이다.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과연 인간은 어떻게 존재해야하는지를 과학으로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