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과 군상
하인리히 뵐 지음, 사지원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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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 (지음)/ 지식을만드는지식










하인리히 뵐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이후 출간된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쓰신 작가다. 내겐 다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만나본다. 동시에 병렬 중인 다자이 오사무와 비슷한 시대를 살며 전후 세대의 양심으로써 문학을 삶 속에 실천한 두 분 작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688페이지의 다소 도톰한 분량, 이런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나 전작을 찾아보는 다양한 사전 작업을 거치는데 이번에는 사전 정보 없이 도전해 봤다.

50페이지까지 읽으며 이름과 특성 등 상세히 메모한 인물만 대략 스물다섯 명이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주인공 레비 파이퍼를 증언한다. 소설의 형식을 입은 증언 문학이라고 써본다.







제목 여인과 군상의 의미는 뭘까...

뵐은 레비라는 한 개인의 고통을 그리면서도,

그 개인을 만든 시대와 사회의 군상을 함께 그린다.

여러 인물이 함께 그려져 있으나, 중심인물의 삶을 통해 전체를 보여준다. 레니의 이야기를 빌려 사회 전체의 도덕적 풍경을 보여준다. 이때 뵐의 펜에서 전후 독일이 서슴없이 해체된다. 다자이 오사무와 비교하면 두 사람 다 세계대전을 거치며 타락한 시대 속 인간의 도덕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다자이가 완전히 부서지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면 뵐은 다시 짓는 방식으로 ...

두 분 작가는 인간이란 원래 결함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간절함이 보인다.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을 함께 묻는 이 소설은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수상 소감을 검색해 보면 문학적 책임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 나의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ㅎㅎ)

한 단어로 표현해 보면 소명의식!!!!! 요즘 이 정도의 소명의식을 작품에 녹여내는 작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정보라 작가님 정도??











레니의 친구 마르그레트, 노부인 마르야 판 도른, 경리 책임자인 오토 호이저 영감과 그의 며느리 로테, 시동생 하인리이 파이퍼, 그 외 지방 정치가, 대기업 리더, 군수산업 최고위직 관리, 오빠 하인리히, 세 들어 사는 튀르키예 노동자들과 핀토 가족, 그리고 소녀 시절 여자학교 수녀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증언을 통해 주인공 레비의 삶이 서술된다. 처음에는 이런 서술 방식이 낯설었다. 왜 작가는 이토록 집요한 방식으로 한 개인을 해부하는 건지 의문으로 시작했던 소설이다.



작가는 레비라는 한 인물이 아니라 전후 독일의 다양한 인물을 교차로 서술함으로써 그 시대의 총체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의 심리는 무엇인가? 손에 피를 묻혀가며 사람을 죽일만한 증오는 무엇인지 깊이 연구하기 위해 주로 세계사, 전쟁사를 읽는다. 전쟁사 책들은 주로 벽돌 책으로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진입 강도가 높아서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어쩌면

수많은 전쟁사 벽돌 책을 읽으며 쌓아 올린 지식이, 이 소설 한 권 앞에서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기분도 들었다. 하인리히 뵐의 문장은 전쟁의 통계와 전략이 아닌, 그 속에서 서서히 소멸해 간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전쟁을 아는 것과, 전쟁 속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이렇게나 다르구나!!!!!



한 줄 평

그간 수많은 벽돌 책으로 전쟁을 배웠지만, 이 소설을 통해 이제야 인간을 배운다

다시 말해

인간의 고통이 사회적 통계로 환원되는 시대, 누군가는 그 눈물을 셀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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