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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ㅣ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로베르트 발저/ 자비네 아이켄로트 ㆍ에르하르트 쉬츠 엮음
로베르트 발저 내겐 낯선 작가님, 이 분을 왜 이제 알게 된 걸까?라고 쓰면서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곤 한다. 늘 그렇다.....
1878년생 ( 도대체 이 시대에는 천재들이 왜 그리 많았을까? 1800년대를 살다간 많은 작가들, 노벨문학상마저 자본주의의 발아래 들어간 지금, 오늘날의 작가들은 도무지 이분들 1800년대에서 1900년대 중반을 살다간 작가들 이상의 글을 써내지 못하는 듯... )
카프카, 헤세, 무질, 베냐민이 그를 찬미했으나, 그는 끝내 세속적 명성과 멀리 떨어져 살았던 분!!! 그는 특히 고독과 불안, 망상 속에서도 그는 글을 멈추지 않았다. 오랜 시간 정신병원에서의 삶 ㅠㅠ 1956년 성탄절, 그는 눈 덮인 들판을 산책하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개인사로 보면 정말 이보다 더한 비극이 있을까...
발저가 묘사하는 숲은 변화무쌍하다. 여름에는 초록이 지배하는 왕국이 된다. 가을엔 잿빛으로 바래고, 겨울엔 서리 낀 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작가의 깊은 우울과 고독감, 그 안에서의 상징성, 문학성이다. 떡갈나무숲의 묘사에서는 마치 그 숲 안에 나도 함께 있는 기분이다. 떡갈나무로 가득한 숲에 가 본 적이 없어서 그저 무한 상상만 하게 된다. 작가의 숲 예찬, 숲 사랑은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예술가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초록색 사랑 ^^
초록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색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공감한다.
생기 넘치고 생명력 그 자체이고 부드럽다. 그리고 책 제목이기도 한 전나무 가지,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라는 제목의 작품.
마치 환상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풍경, 산책 등 작가들이 사랑한 많은 단어들이 나열된다. 작가뿐인가 니체 같은 철학자들이 사랑했을 법한 단어다. 작가가 말한 그 숲의 어디쯤 햇빛이 따스한 봄날 책을 읽는 상상을 해본다. 이런 순간에는 세상 그 누구라도 작가가 될 것만 같다.
단순히 자연 에세이가 아닌 그의 작품!!!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순수한 감정을 발견하게 만드는 감각의 산문집이다. 1900년~1933년 대략 30년을 작가로 살았다. 아니 작품을 쓴 시기가 대략 30년 정도다. 세상 모든 것을 세밀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 속으로 깊이 걸어들어가 대화하고 사색하고 고민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작품이다. 오늘날의 작가 누구도 이렇게 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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