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서윤빈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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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서윤빈 연작 소설집/ 열림원








제목이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SF 작가들은 '종말'을 다각도로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다가올 미래에 먼저 가서 수백 가지 방법을 가정하고 설정하고 마침내 시뮬레이션하고 돌아와서는 소설을 쓴다. 매번 느끼지만 이 작가의 소설은 굉장히 몰입하지 않으면 이해 흐름 잡기 어렵다. 지난번 소설도 끝내 완독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소설가마다 문체와 표현 방법이 다르니 ...


'너랑 있으면 트라이앵글 초크를 당할 때처럼 심장이 빨리 뛰어 '

트라이앵글 초크가 뭔지 모르는 독자라 검색해 보았다. 아하 주짓수 기술 중 하나 군....






《게》 말하는 화자에 의해 소설의 인물은 '당신'으로 불린다. 소설의 배경을 가늠해 본다. 기후 위기 재난 속에서 등장인물은 배달원 라이더인데 그의 하루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니 나라면 어쩌면 포기했을 일인지도 모를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 아픈 어머니도 어딘가 믿음직해 보이지 않는 연인도 궂은 날씨도 모두 그의 삶을 순탄치 않은 곳으로 끌고 간다. 누구 하나 도움을 주는 이 없다. 삭막하다. 얼마 전에 본 다큐에서 투잡 이상을 해야 겨우 하루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청년들의 삶이 떠올랐다. 라이더, 플랫폼 노동자의 삶에 대해 바이크 하나에 의지한 삶,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질주해야만 하는 현이 참 답답했다.

배달원은 종말을 향해가는 이 도시의 마지막 연결고리지만, 정작 그 삶은 무한 경쟁과 무관심 속에 달리고 있었다....







《농담이 죽음이 아니듯 우리는 땀 대신 눈물을 흘리는데》 아이는 죽었다는 담담한 문장, 소설은 많은 역설을 품고 있다. 늘어나는 해수면을 오래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오는 죽음은 그 격랑도 작게 느껴지는 걸까.... 어쩌면 나는 과도한 모성애 혹은 부성애에 세뇌당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죽음조차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 나라도 배를 타고 소설 속으로 들어가 모두를 구해내오고 싶었다.

물에 잠기는 건 다른 세계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가난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잘 몰라서 당하는 일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갑자기 찾아오는 재앙이 아니라 세면대가 막히는 것처럼 스멀스멀 쌓이는 거였다 p121


'제애'가 무슨 뜻인지?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생물학적 동등성》 지연과 승우, 어머니 슈슈 이 모든 행동과 대화가 끝나는 책의 마지막까지도 나는 제애가 무슨 말인지 모를일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도...

제목 그대로 ‘다가오는 종말’을 그리되, 휘몰아치는 한방의 이미지보다는 우리 일상 속에 조용히 파고드는 종말의 모습을 그려 보여준다. 리뷰를 쓰는 지금 한낮 여름의 열기 때문에 집 안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덥다. 에어컨을 켜면 되는데 잠시 망설이게 된다. 위 아래층이 모두 아침부터 에어컨을 돌리는 중이다. 실외기가 달린 쪽 방에 들어가면 숨이 턱턱 막힌다. 상상해 본다. 만약 여기서 이대로 죽는다면??






소설 속 기후 위기와 환경 대재앙이 당장 나의 현실로 다가온 기분이다. 작가는 이 연작 소설집을 통해 지구 종말의 다양한 모습을 여러 차례 상상하게 한다.

또한 다양한 인물들의 감각과 감정, 관계의 변화....






전작 「루나」로 한국 과학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작가답게, 장르 특유의 감수성을 문학적 밀도와 조화롭게 연결시킨다. 하! 글의 밀도, 요즘 내 키워드^^

감염병, 돌연변이, 미지의 바이러스, 거대 재난 같은 익숙한 SF 적 소재들이 무척 '낯익으면서'도 또한 '낯설게' 묘사된다. 재난과 종말을 다룬 한국 SF 중에서도 드물게 정서와 감정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기존 SF 작가들이 종말적 위기 속에서도 다정한 손을 건넸다면, 작가는 그저 담담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독자에게 생각할 기회를 전한다.








#종말이차오르는중입니다. #서윤빈,

#열림원, #SF소설, #제5회한국과학문학상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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