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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종이 울릴 때
임홍순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5월
평점 :

임홍순 장편소설/ 클북
“나는 그들의 저녁 빛 같은 얼굴을 기억한다.
가난한 시절을 함께 견뎌낸, 그 다정한 눈빛들을.”
이 소설은 한 교사 개인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이제 갓 발령을 받은 신규교사... 역사의 기록은 때로 집단의 기억보다, 개인의 기억이 더 정확하다고 최영미 시인이 말씀하셨다. 시인의 말씀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되는 것은 이런 소설 덕분이다.
책을 쓰신 이는 이제 80대의 삶을 살고 계신다. 삶 자체가 증언이고 역사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아버지의 어린 시절 혹은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속 풍경처럼 멀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시점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교차 서술된다. 일제 강점기를 막 지나 한국전쟁 등 민족사적 비극을 담은 소설이다.
교사 혹은 공직을 향한 청탁의 검은 손들....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젊은 교사에게 학교 운영위원장이 자기 딸을 부탁하는 장면, 교장이라는 자가 설설 기는 모습, 또 교장의 손발처럼 아부를 하는 교무부장....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성과 중심주의, 결과 중심주의에서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한국의 입시는 어떤가? 학생들을 성적으로만 평가하고 물론 사이드 장치들이 있지만 여전히 사교육 점철된 교육 현장이다. 사교육 없이 교과서만으로 공부해서 S대 갔다는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ㅠㅠ 단 한 번의 수능으로, 혹은 내신 1등급 입학으로 지난 19년간의 삶이 평가받는 현장, 심지어 영어듣기평가 시간에는 나는 여객기까지 정지시키고 온 나라가 1시간 늦은 출근을 하며 학생들 등급 나누기에 진심인 나라....ㅎㅎ
우리 한국은 땅덩이가 좁으니까 결국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밖에 없다며 그저 배우고 갈고닦아야 한다는 마인드. 과연 이게 맞는가? 이 모든 원인 제공, 그 기저에는 군사독재, 군부독재가 깔아놓은 쇼에 있다는 것을 최근 독서를 통해 깨달았다. 전체주의 파시즘과 왜 박 씨, 전 씨의 군사독재를 연결하지 못했을까.... 공과과를 따져서 평가해야 하며, 과거 거지나라였던 한국을 이만큼 잘 먹고 잘 살게 해주었으니 어쩌고ㅠㅠ 새마을운동에서 피땀 흘리고 허리 때 졸라맨 것은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다. 국민이 한 일이다. 모두 국민의 덕분이다.
밤 12시를 기다려 제사 음식을 먹는 모습, 새총으로 나무의 감을 따던, 전기가 닿지 않는 산골, 보릿고개에 배가 고픈 아이들이 아카시아꽃을 송이째 따먹는 모습, 따뜻한 아랫목에 퇴근하실 아버지의 밥을 묻어두는 모습 등 불과 한 두 세대 전의 이야기인데 전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 요즘이다. 너무 빠르게 변해버린 불과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경제발전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는 지금 빠른 성장만큼 여기저기 아프다.
불과 몇 년 사이 첨단과학의 문명을 누리는 젊은 세대들은 어떤가? 배고픈 시절을 보낸 노년 세대는 어떤가? 세대마저 양극단으로 치닫는 요즘, 참으로 시의적절한 소설이다. 자전적인 느낌의 소설 마지막에 화전민들이 사는 마을의 영수...
학생의 죽음 그리고 영수가 쓴 일기에 눈물이 난다 ㅠㅠ
한국사의 단면을 보는 듯한 소설
작가이자 소설 주인공이기도 한 청년이었던 교사, 그분은 이제 80대가 되었다. 선생님의 제자들은 사회 여러 곳에서 선생님을 기억할 것이다. 평생 좋은 스승 한 분만 만나도 큰 행운인데 나에게도 떠오르는 선생님이 한 분 있다. 소설을 덮으며 그분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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