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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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폴 윤 소설/ 엘리(펴냄)











이런 슬픔을 뭐하고 표현하면 좋을까? 이미 슬픔이라고 말해버림으로써 다른 단어로 묘사하기엔 늦었는지도 모른다. 번역가 후기에서 몇 번이나 읽다 멈추었다는 소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울고 싶은지 알 수 없지만 울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설이라는 문장에 와닿는다.





이주민의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작가는 35세 이하 작가 5인뿐만 아니라, 그동안 무수히 많은 상을 받고 추천되고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좋은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다.


단편소설 모음에서 한 명의 작가가 쓴 소설이

각 단편마다 이렇게 뚜렷하게 저마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 단순히 도드라지는 선명함이 아니라 한 데 어우러지는 깊이감, 각기 다른 주제인데 결국 하나로 모아지는 느낌이다.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느 동에 사는지, 어떤 차를 모는지가 내 가치를 결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디아스포라의 삶이란 어떤 의미인가?





낯선 언어와 냄새, 익숙하지 않은 하늘 아래서도 여전히 자신을 지우지 못하고 남아 있는 마음의 집을 찾아 떠도는 일이다. 이 책 속 인물들은 전쟁과 분단, 식민과 이주라는 역사적 격랑 속에서 자아 찾기를 생명처럼 붙들고 있다. 너무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오히려 담담하게 느껴진다.






이주자의 삶은 어쩌면 언제나 '관찰당하는 삶'이기도 하다. 교정 시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보호 관찰의 대상인 보의 자아 찾기 『보선」 오래전 한 여자가 낳은 아이가 잘 성장하여 찾아왔을 때 친자 확인을 하지만 꾸며진 연극이었던 『코마로프」 마지막 장면에서 주연이 코마로프의 뒷모습에 대고 했던 말..... ㅠㅠ

「역참에서」의 사무라이는 고아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온 아이를 고국으로 송환한다. 「벌집과 꿀」의 러시아 장교는 타인의 이주와 떠돎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묻는다. 그들의 시선은 낯설고도 애틋하다. 목격자의 시선이 이토록 서늘하면서 한편으로 다정할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폴 윤이 그려내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다. 저자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이 어디일까 싶을 만큼 다양한 시대와 장소를 오가며 잃어버린 정체성에 대해 묻고 있다.





가장 아프고 찬란한 장면은, 태어난 곳에서도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발견된다. 「크로머」 속 한인 2세 부부, 「고려인」 속 조선인 3세 소년은 자신이 살아가는 곳이 왜 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감각'을 동반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흔들린다. 그들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잃고, 또한 무언가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간절히 그리워한다. 그것은 땅도 그들의 언어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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