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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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은행나무






정지와 반복, 신화적 윤회의 서사

제목인 태고의 시간들에서 '태고'의 의미는 무엇일까?

태고라는 가상 이름의 마을에서 수십 년간 이어지는 연대기적 서사로 등장인물의 시점이 오가며 서술된다. 매우 짧은 장면으로 한 인물에서 다음 인물로 이어질 때 마치 드라마의 장면이 바뀌는 듯하다.





1914년~1918년 그리고 1944년이라는 시간의 묘사는 이 소설은 가상의 마을이지만 제1차 세계대전을 암시한다. 러시아와 독일군 중 누가 더 나쁜지 알 수 없다는 말, SS 부대와 유대인 등 전쟁에 대한 묘사, 독일군과 러시아군에게 강간당하는 루타의 시간, 민주화 운동, 냉전과 사회주의 등 전쟁에서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유린당하는지 보여준다. 전쟁을 반대하는 작가의 시선, 신은 왜 악을 허락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신, 신이라.... 그분은 잘난 회계사죠. '인출금'과 '융자금'을 늘 관리하시니까요. 둘은 서로 균형을 맞춰야만 하거든요. 그래서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며,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나죠.... 부인께서는 분명 잘생긴 아들을 낳으실 거 같네요..." p21





등장인물은 매우 많다. 게노베파, 미시아, 미하우, 크워스카, 이지도르와 루타의 사랑, 포피엘스키, 아델 그리고 사물, 동식물, 천사나 신의 존재들이 주인공이다.


《태고의 시간들》 정말 우연히 신기하게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일인데!! 올가 토카르추크, 폴란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키워드 때문에 관심사였는데, 신기하게도!!! 이 작가의 책이 내 손에 오다 놀랍다. 게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빨강 표지다.


이럴 때 나는 내가 믿는 신이 존재하시는구나 확신하게 된다. 동물들의 감정은 그 어떤 생각도 개입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순수하다는!!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 다 쓰기 어렵다.






인간은 자신의 고통 속에 시간을 묶어놓는다. 과거 때문에 고통받고, 그 고통을 미래로 끌고 가기도 한다. 인간은 이런 식으로 절망을 창조한다. 하지만 랄카는 단지 이곳에서 지금 이 순간을 견딜 뿐이다 P388


마지막으로 한 번만 태고를 보게 해줘요 P256




세상은 악랄해. 너도 봤잖아. 도대체 어떤 신이 이따위 세상을 만든 거지? 신이 사실은 악마이든지, 아니면 악을 용납해 준 거겠지.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모든 걸 망쳐버렸거나 P290






다시 신화란 무엇인가? 오래전부터 생각해 둔 나만의 정의가 있다.

신화란, 말할 수 없었던 것을 이야기하려는 시도이자, 기록되지 못한 문학이 남긴 가능성의 흔적이다.

그것은 현실 너머를 상상함으로써, 잃어버린 진실에 말을 부여하는 서사의 원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신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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