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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평점 :

한태현 지음/ 아이씨북스(펴냄)
책의 목차에서 그 많은 챕터들 제목이 '~여서 미안해'로 끝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문과여서 미안하고. 능력도 노력도 어중간해서 미안하고. 친구 하나 없어서 미안하고. 쓸데없이 자존심 부리고. 그놈의 학원비 겁내고 찌질하고 못난 나라서 미안하다는 주인공 고대리.
그러고 보면 우린 모두 태어나서 미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기성세대가 이룬 눈부신 경제성장의 채 몇%도 못하는 권위마저 무너진 시대에 태어나 3포, 4포, N포 하면서 결혼이란 걸 상상해 볼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퇴직을 희망하란 걸까.
희망 있는 퇴직이란 걸까.
'그래도' 뒤에 오는 모든 단어는 단지 불확실성만 가득한 단어이며, 닿지 못할 꿈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 가득한 애석한 단어로 느껴진다. P16
반신반의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고대리는 차마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말할 수 없는 마음이 이해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일자리를 잃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일까.. 내내 미안해하는 주인공을 보니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분명 열심히 살았는데 미안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자신의 모든 가치를 상실한 듯한 고대리의 모습을 보면서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떠올렸다.
미안하다는 말은 미안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다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말이라고 P47
요즘 20대 여성, 문과는 졸업해도 갈 데가 없다고 한다. 연령, 성별을 떠나 졸업해도 박사 학위를 받고 스펙을 자랑해도 갈 데 없기는 별반 차이가 없는 세상, ( 이렇게 말하니까 기성세대 중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요즘 사람들은 배불러서 그렇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 같은 막노동 즉 힘든 일에는 사람 모자라서 난리인데 편하고 쉬운 일 워라밸 따지니까 일자리가 없는 거'라고 말했다. 본인들 20대엔 졸업장 하나로 취업이 가능하던 시절 아닌가! 입장을 바꾸면 힘든 일 혹은 건설 현장에 가서 일 할 건가 물어보고 싶네 )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 한국인의 열망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과 배우자 나아가 신분 상승...
지금 우리 현실과 주인공의 소소한 삶,
아이의 갑작스러운 큰 수술까지... 위기가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희망을 보여주고자 한다. 소설 마지막 에필로그를 가장한 후기 읽다가 막 울었다 ㅠㅠ
한 줄 평: 희망은 늘 우리 옆에 있었고 다만 발견하지 못했을 뿐, 내 옆을 서성이는 작은 희망이라도 줍자
모두가 의치한약수 하나의 꿈으로 달리던 한국의 지금 현실은 어떤가? 소설은 여러 챕터를 통해 세상을 향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