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 내일의 고전
김갑용 지음 / 소전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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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용 장편소설/ 소전문화재단 내일의고전 제1호!






이 소설을 정의 내리기 힘들다.

무엇이든 정의 내리고 규정해야만 의미 있는 독서가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정의 내리기 힘든 경우, 예를 들면 줄거리 중심으로 읽을 소설이 아닌 경우를 만날 때! 자주 만나기 힘든 경험이라 좀 특별하다. ( 사실, 책을 처음 받고 몇 번 읽기를 시도했을 때, 초반 몰입이 안 돼서 두 번, 세 번 자꾸만 몰입을 시도했고 마침내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책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난 다음, 다시 내가 펼치고 싶은 페이지, 손 닿는 페이지를 넘기며 읽고 또 읽은 책이다. 완독 후에도 자꾸만 소설 언저리를 기웃하게 된다.





줄거리 중심으로 서사를 인지하기보다 문장 하나하나에 몰입하고 싶은 소설이다. 1990년생 작가라고 쓰여있다. 200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작가.

굳이 작가의 나이를 언급할 필요 없지만,

책 후반부를 읽으며 작가가 학창 시절을 보낸 시절을 상상해 보게 된다.

소설가의 연인, 동거인으로 묘사되는 그녀.

고양이를 사랑하는 그녀가 부럽기까지 했다. 어떤 면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인가 싶은 의문이 들 만큼, 존재감을 또렷이 드러내지 않는 그 여자.





철저히 작품과 작가를 분리하여 읽는 편이지만, 소설 마지막에 가서는 화자가 곧 소설가 자신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냉담》이라는 제목과 흰 눈이 생각나는 표지의 은빛회색이 주는 색감, 전주 페이퍼 제지라는 본문의 종이, 그리고 이 소설을 읽은 만성 수족냉증을 앓고 있는 독자 바로 나. 그 모든 박자가 조화롭다. 냉기가 밀려와 몸을 으스스 떨었다.





코로나 시절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도 작품에서 자주 말한다.

팬데믹 시절을 쓴다는 것에 대해, 너무 가까운 역사라 그것이 다 끝난 이후 쓰겠다고 결심했으나 정작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종종 코로나 팬데믹을 소재로 한 소설을 만날 때가 있는데 너무 빨리 그 시절을 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 그러나 이 시기가 많이 지난 후, 이 시절을 보낸 느낌을 기억이나 할까.... 그렇다면 팬데믹을 쓰는데 시의적절한 시기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역학조사관과 대화하는 장면 잊을 수 없다. 아래 문장에서 특히 도둑 어쩌고 하는 문장 정말 웃프다 ㅎㅎㅎㅎ 이 문장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인데 이 사회가 화자를 바라보는 관점 아닐까 싶다.

혹은 화자와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때 역학조사관의 관점처럼 그들은 도둑 취급이 된다.

(CCTV를 통해 본 당신은 대로를 걷는 사람이 아니며, 한가운데로 걷는 자들을 혐오하고, 쥐새끼처럼 되는 한 벽에 바싹 붙어 도망 다닙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순종합니다. 전문가에게 힘을 쓰지 못하지요. 전문가의 말이란 따를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우리는 전문가입니다. 그 사실을 명심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당신의 당당하지 못한 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가 빛을 밝힐 부분이란 바로, 짙게 그늘져 드러나지 않은 한구석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빛을 알지 못하는 사람같이 구는군요. 성경에서 도둑들을 그렇게 일컫는다지요 P71)





토성의 겨울을 쓴 작가

소설 《냉담》.... p316 긴 호흡으로 지면을 가득 채운다. 내용 혹은 문장이 길어서 긴 호흡이라는 뜻이 아니다. 한 문단 혹은 챕터를 다 읽고 나서야 꿈인지 현실인지 혹은 그 너머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어떤 세계인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의 슬픔은 태생적이라는 문장이 잊히지 않는다.

책, 소설, 소설가, 소설을 쓴다는 일에 대해 작가는 말한다. 공공기관 혹은 공공의 것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보였다. 공공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개인적으로 쓰인다. 공공은 정작 공공의 것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읽은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도서관에 대한 소재가 있었는데 순간 그 소설이 떠올랐다.





. 시대를 온전히 살아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시대를 완전히 살아낸 인간인가?!!! 유행하는 모든 것에 둔감하고 그 여파가 미치는 영역에 관심 없는 삶을 살았으니....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시대를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전혀 슬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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