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니카 마론 (지음)/ 문학동네









처음 표지를 본 그 짧은 몇 초!!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미리 상상해 봤다. 과연 완독 후 책을 덮었을 때 감정은 어떨지!!!!!

여자는 누구이길래 첼로 뒤에 쓰러져있는 걸까? 게다가 제목마저 슬픔 짐승이다... 소설은 독일 통일 직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다.


자신이 경험한 것만 쓴다는 아니 에느로 작가의 소설을 몇 편 읽고 광분하던 어떤 여자가 있었다. 더러운 '성 경험'을 그것도 '불륜'을 소재로 썼다며 작품을 마구 도려내던 여자의 핑크색 립스틱 입술이 생각난다.

누군가의 지독한 미움을 받는다면 오히려 그 존재를 사랑하게 되는 나의 광기.... 비난받고 미움받고 온갖 혐오와 조롱을 당하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존재를 비난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는 또 하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존재가치를 치열하게 증명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내게는....

작품을 읽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아니 에르노가 떠올랐다.







어떤 독자는 이 소설 줄거리만 보고 마구 비판했으며

또 어쩐 분은 문장이 너무나 아름답고 섬세해서 책 전체를 필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늘 그렇듯, 양자의 중간 어디쯤 끼어서 내 생각 또렷이 드러내지 못하는 회색 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사랑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회색 인간 내 존재를 증명해 내는 순간이다. 소설처럼 나도 한 사람, 이름을 잊었다.


주인공은 사랑이 떠난 후에서야 비로소 사랑과 융화하여 살아간다. 떠난 후에 융화라니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

나는 더 이상 내 사랑과 나를 구분하지 않으며, 그 이후로 내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내가 원했던 것이다.







아니 에르노 1940년생

이 책의 저자 모니카 마론 1941년생

난 자꾸만 공통점을 찾고 있었다 ㅠㅠ


기이한 시대를 살았던 소설가들은 대부분 그렇게 쓰고 만다 ㅠㅠ 사랑에 모든 것을 걸로 사회적 존재로서의 삶을 거부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인가!

남의 사랑에 광분하고 도덕의 잣대를 마구 휘두르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도덕적으로 사시는지 궁금하네 ㅎㅎㅎ

하! 그러고 보니 그 과목, 도덕이 참 싫었다.


전쟁의 시대에 태어나 분단의 갈등, 통일의 혼란을 다 겪은 작가가 쓴 소설

동시대를 살아온 우리 작가들의 소설은 어떤가...

만약 통일이 된다면 혼란의 시기를 겪고 쓰일 소설은 또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본다 ㅎ


나의 마지막 연인. 그 남자 때문에 나는 세상을 등졌다. 나를 떠났을 때 그는 안경을 잊고 내 집에 두고 갔다. 나는 몇 년 동안 그의 안경을 썼다. 건강하던 내 눈을 그의 근시와 뒤섞어 흐릿한 눈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그의 곁에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이었다 ( 하! 나는 정말 이 문장 읽고 ㅠㅠ 한 줄도 더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책 읽기를 멈추고 말았다. 이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기에 ㅠㅠ 이렇게라도 하고 싶은 마음, 거울을 보지 못하는 여자의 마음, 세월이 멈춰버린 느낌, 더 이상 삶의 에피소드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마음에 대해!!

이미 죽은 채로 살아가는 것, 죽은 채로 잠들지 않은 수많은 밤을 보내는 일이 무엇인지 안다...... ㅠㅠ)






가을에 그가 떠났다면 그 해가 마지막 가을인 것이다. 그러나 책 속 화자가 사랑을 지탱하는 방법은 나의 그것과 매우 달랐다. 나는 죽음을, 책 속 화자는 삶을 택했다.







: SF덕후라면서, 로맨스는 그리 싫다면서 기승전 로맨스적인 삶 지향하는 우주 씨!!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 사랑하지 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