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의 향기가 있는 길
이국현 지음 / 등(도서출판)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 협찬도서를 정성껏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글 그림 이국현/ 도서출판 등
저자 소개 글을 가만 보다가, 4대륙 50여 회 해외여행이라는 부분 정말 부러웠다. 단순히 여행을 갔다는 것이 부러운 게 아니라, 물리적인 환경과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순간을 잘 즐기지 못하는 편인 나로서는 삶을 느긋하게 즐길 줄 아는 태도 자체가 부럽다 ㅎㅎ
미술 교사로 30년 재직 후 퇴직, 본격 혼자 여행을 다니신 모양이다. 이 책에는 태국, 베트남, 미얀마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수록 그림 아름다운 스케치는 모두 저자가 직접 그리신 것!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는 느낌도 좋지만, 스케치라니 더욱 의미가 클 것이다.

태국, 베트남, 미얀마는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다. 힐링을 위한 휴식여행으로 다니는 분도 있을 것이고, 특수 목적을 위한 패키지 상품 여행을 다니는 분도 있을 것이고 저마다 다양한 형태로 우선 우리보다 싼 물가와 수려한 자연경관이 좋아서 거리상 큰 부담이 없어서 종종 떠나는 여행지다. 동남아의 흔하고 흔한 관광지가 아닌 깊숙한 오지를 중심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소수민족이 사랑하는 태국, 더운 나라 태국의 전통 시장에서 본 여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유럽의 빠르고 계획적이고 복잡한 느낌과 사뭇 달랐다는 저자. 소수 민족의 거점 도시 판마파, 태국의 고산족을 찾기 위해 거쳐야 하는 치앙마이.
이들 소수민족은 무엇을 찾아 떠돌아다녔는가, 중국의 압박이나 미얀마의 내전을 피해 다양한 경로를 지나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삶조차 최근에는 상품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ㅠㅠ 소수민족이 입은 전통 옷, 아이를 등에 업은 할머니의 모습은 우리네 할머니와 다를 바 없이 정겹다.
차도 오를 수 없는 국경지대를 자전거로 넘으며 간혹 미얀마 (아직 그들은 스스로 버마라고 부르는 ) 곳을 지날 때 무섭지 않았을까.
물론 여자도 혼자 여행 잘 다니는 세상이지만, 손짓 발짓 보디랭귀지로 지역 선주민들에게 밥을 얻어먹으며 친해지고 하늘을 베개 삼아 잠들고 국경을 걸어서 넘는 남자의 모습, 여성으로서 정말 부러운 순간이다. 혼자 여행 다니려면 안전한 숙소부터 알아보는 게 먼저라서 산간 오지를 다닌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 (물론 남자라고 다 이렇게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 암튼 부럽다.

초록, 연두, 노랑, 오렌지 계열을 좋아하시는지! 그림에서 이런 색감이 많았다. 동남아의 색감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색감 참 보기 좋다.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어! 그리고 보니 P. 108의 그림이 책의 표지이기도 하네^^
혼자 여행할 때 저자는 최대한 현지인들의 음식을 재래시장 같은 곳에서 먹으려 한다. 그 지역의 문화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돋보였다. 베트남의 동반 (Dong Van) 무려 30개의 소수민족이 산다. 가축들의 울음소리, 흥정하는 사람들의 소리, 국방색 옷차림의 상인들, 전통주 만들어 파는 노인, 화려한 차림의 10대 여성들, 닭고기를 우려낸 육수,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길을 만들었다는 16개 소수민족 청년들의 땀, 리듬감 있는 글을 따라 읽다 보면 나도 어느새 시장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다 ㅎㅎ
미얀마는 또 미얀마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호수 위의 수상가옥, 우리로써는 상상도 못할 교실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순진한 미소, 가이드도 동행자도 없이 떠나는 여행의 매력. 여행 이후 들려온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다는 저자. 시민 수천 명의 사망, 강제 징집을 앞둔 미얀마, 극단적인 정치 갈등과 분열의 미얀마 현지 영상을 검색해 봤다. 기간산업이 무너진 치열한 내전으로 방문조차 어렵다고 한다. 어서 안정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