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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타임캡슐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박현강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정성껏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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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허밍북스(펴냄)
판타지만큼 다양한 소재, 드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장르도 없는 것 같다. 그 무한성 때문에 판타지를 좋아한다. 최근에 힐링 판타지가 많이 보인다. 소설은 소설일 뿐, 스토리에 기대 힐링하는 편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뭔가 지금 내 삶을 돌아보고 감사하게 하는 자정적인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주인공 히데오, 면접 일정이 틀어져서 좀 빠르게 담당자를 만나게 되는데, 면접 그 자리에서 바로 출근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는다. 뭔가 좀 이상한데? 이 회사는 10년 후 나에게 쓴 편지를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나중에 보내는 곳이다. 10년 동안 타임캡슐 안에 있던 편지를 10년 후의 수신인이게 보내주는 일. 그중 반송된 편지, 수취인이 거부하는 편지를 전해주는 일을 맡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어서 어찌 보면 꽤 낭만적인 일이기도 하고 꽤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전자 쪽 ^^2005년 세토우치의 섬마을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졸업 기념으로 쓴 편지 5통을 10년 후 성인이 된 당사자에게 배달해 주러 일일이 방문하는데...
편지를 전해주는 과정에서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삶을 사는 아스카, 프로골퍼였던 다쓰키와 그의 딸 미우, 국제선 승무원이 꿈이었던 그러나 현실은 라면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쿠라, 빅스타가 되고 싶었던 마사시, 몇 번이나 죽음을 생각했던 가즈키, 그리고 마지막 배달은..... ㅠㅠ
40대 중년 남자의 고뇌가 느껴졌다. 삶에서 실패하고 가족마저 흩어지고 난 후의 삶.
고독사가 많은 요즘, 그들에게 단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혹은 단 한 명이라도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허망한 죽음을 택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자살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고독사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자동으로 최근 우리 사회의 아픈 민낯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아픈 곳일수록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사회의 아픈 곳을 비추는 것, 모두가 외면하는 이의 삶을 비추는 것이 소설의 일이라고 믿는다.
10년의 전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라니! 기록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편지든 일기든 블로그든 뭐든 기록하는 편!
1년 후 도착한다는 느린 편지를 써 본 적은 여러 번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주로 썼다. 불과 1년 전 쓴 편지인데도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무려 10년이라니...
나도 써보고 싶다. 1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 어찌 보면 10년 금방이다.
그런데 눈물이 먼저 나오는 것은 왜인가... ㅠㅠ
기타가와 야스시, 이 책의 작가다. 2015년 작가로서 10년이 되던 해 쓴 소설이다. 무려 10년이 지나고 다시 개정판으로 세상에 나왔다. 작가 후기에서 그는 말의 무게를 말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말이 주는 힘, 살면서 수많은 어려움이 온다. 그러나 매 순간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잘 살아낼 의무가 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책은 내 안의 '친구'를 갖는 것입니다 p298
그런 친구라면 내게는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