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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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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최근의 시는 시답지 않다!!! 세상에!!! 내가 리뷰에서 종종 썼던 말, 책의 제목으로 만나니 반가웠다 ㅋㅋ
지식생태학자라는 말 처음 들어보는데, 무척 낭만 감성이다^^ 시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운문 느낌을 주는 산문집이었다. 총 서른 편의 글 모음.
당신은 우울의 그림자가 느닷없이 다가와도
군말 없이 갈 곳을 찾아 항해하며
뜨거운 몸을 식히는 차가운 맥주를 마시다,
혹한과 한파에 떨고 있는 몸에
뜨거운 사케를 주입하며
냉정과 열정을 넘나드는
알 수 없는 경계선입니다 P06
경계선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고독, 휘둘리는 바람, 스치다 결국 스며드는 삶의 분기점, 계절마다 느끼는 외로움과 허무감을 잔잔하게 노래하는 책이다. 경계를 두되 경계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이별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결국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만난다. 겨울의 끝에서 오늘 눈이 펑펑 내렸고, 하루만 녹지 않고 쌓이길 바랐으나 끝내 녹아버린 눈처럼,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매달리는 낙엽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빛과 같은 산문집.
말줄임표 속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죽은 채 보내는 밤이 계속 이어지는 요즘, 마음을 울리는 진솔한 글이었다.
진부한 문체로 어디서 본 듯한 에세이를 수없이 만났던 시간, 좀 새로운 에세이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