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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사이의 학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4년 10월
평점 :

허주은 지음/ 시공사 (펴냄)
함께 읽으며 우리는 늑대 사이의 학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그 많은 늑대 무리 속에 고고한 학 한 마리, 그것은 주인공 이슬이일까? 작품의 배경은 연산군 시대, 조선의 역사상 최악의 군주였다. 실록은 그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바다 건너 멀리 캐나다에 살고 있는 저자에게 조선시대 배경 소설이라니! 역자의 번역 후기를 읽으며 또 한 번 감동하게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내내 캐나다에서 자란 저자는 조선의 무엇이 매력 있었을까? 각종 자료를 찾으며 조선에 관한 역사소설을 쓰는데 뭔가 특별한 의미를 준다.
물론 이 소설은 역사를 상세히 몰라도 읽는데 문제는 없다. 실존 인물과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 함께 서사를 끌고 나간다. 주인공 이슬의 집안은 연산군 시대에 초토화되고 부모님은 이슬의 눈앞에서 원수들에 의해 살해당했으며 그 내막에는 삼촌과 관련이 있다. 이슬의 언니 수연은 조선팔도의 미녀들을 잡아들이라는 왕명에 의해 성 노리개가 되기 위해 한양으로 끌려갔고 이 소설은 언니를 찾기 위한 이슬의 이야기이자, 부도덕하고 잔인한 연산군을 끌어내리기 위한 반정을 도모하는 왕자 대현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세워진다. 그리고 가족을 잃은 원식, 산대도감의 광대 영호, 배신의 아이콘 당숙 최익준, 이슬을 잘 보살펴주는 홍등주막의 율 등이 주변 인물로 서사를 끌고 간다.
왕의 측근들을 차근차근 죽이는 존재 무명화!!! 그의 정체는??!!!
진실이 범죄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어 P 77
저자는 조선시대에서도 주로 소외된 계층, 특히 여성들의 서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전작에서도 공녀로 끌려간 소녀들을 다루고 있다.
연산군을 다룬 역사소설, 드라마, 영화는 여러 편이다. 대부분 왕이나 왕족들, 고위 관리 중심의 서사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여성의 이야기, 일개 이름 없는 소녀의 삶을 전면에 내세운 시도 좋았다.
우리가 선택한 길에는 죽음이 널려 있어.
자유를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야 P244
어머니 윤 씨의 폐비 사실을 알게 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연산군,
초기 연산군은 백성들의 민생을 챙겼다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연산군 외에도 당대 정치인들, 자신의 권력이 최우선이었던 인물들 여전히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본 듯한 모습이다. 언문 금지령을 내린 모습에서 언론, 출판에 대한 통제는 역사 속에서 늘 있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을 향해 돌진하려는 이슬에게 대현은 말한다. 너처럼 자기 인생에 무덤덤한 여자는 처음 봤다고.
그러나 이슬에게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후회였다 ( 이 장면 정말 기억에 남는다 ㅠㅠ)
역사는 암기과목으로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시도이자 재미를 알게 해 준 시간 순삭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음 책 또 그다음 책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