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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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 그림 에세이/ 현대문학 (펴냄)







검정은 그냥 어둠이고 차가운 우주 본연의 모습일 뿐, 색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흰 색도 마찬가지다. 스케치북 혹은 도화지 밑바탕일 뿐 색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부품'으로 오래 살다 보면 자신이 색깔인지조차 모르게 된다. 이 책은 독자 고유의 색을 찾아주는 책이다. 읽는 내내 너무 많은 감정이 교차로 말을 걸어왔다. 리뷰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이런 날은 오히려 꾹 참아보기로 한다.






안규철 저자는 오로지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색깔로 이 책을 썼다. 책 도입부에 #일러두기 코너가 있다. 사물의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마음, 그림자를 기억하는 마음.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간혹, 작품 밖에서도 할 말이 있다고. 책의 일러두기가 바로 그런 지면이라고 말한다.






에세이가 넘쳐나는 시대다. 내 주위에 어른들도 퇴임하시면서 기념으로 책이나 한 권 써볼까 하는 게 에세이다. 책이나 한 권 써볼까라는 문장 안에 책쓰기란 별게 아니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대필 작가가 있으니까 ㅠㅠ

음악 에세이, 미술 에세이, 직업 에세이, 철학 에세이, 과학에세이 온갖 에세이가 넘쳐나는 시대에 제대로 잘 쓰인 에세이를 만나기란 오히려 더 힘들다.

이 책과 같은 글을 에세이라고 한다면, 에세이 쓰기란 내게 '극한'의 영역이다. 위의 은퇴자 말씀처럼 뚝딱하고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시대에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용기가 부럽기도 하다.....






세어보면 책의 쉰 여덟 개의 꼭지, 챕터 소제목

나는 쉰 여덟 통의 답장을 쓰고 싶었다.






저자는 조각가란 돌 속에 갇혀 있는 형상을 해방시키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뭐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 많은 내게 형상의 해방이라니 너무나 낯선 기운이다. 존재를 투영하고 의미를 집어넣고 덕지덕지 살을 붙이려고만 했다.







올해 읽은 에세이 중 딱 한 권을 추천하라면 이 책을 아니 이 저자를 추천하고 싶다. 조각가인 저자, 세상 모든 것을 유형의 형태로 빚어내는 분. 조각가로서 40년 넘는 세월을 사시는 동안 수많은 창조물에 영혼을 담았다가 다시 발을 뺐다가 무한 반복하지 않았을까? 그 연륜이 담긴 책이다. 자신의 결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회색의 다채로움을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그 어디서든 주체로 갈아갈 수 있다.

글을 읽는 동안 나는 부품에서 주체가 되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회색 인간들에게 바치는 저자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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