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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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오가와 사토시 (지음)/ 소미미디어 (펴냄)








일본 SF 소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SF계의 반짝이는 별, 오가와 사토시 작가의 여섯 단편을 만났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부터 기발했다.

"당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하시오"라는....


존 어빙, 나쓰메 소세키와 사카구치 안고 그리고 비트겐슈타인과 씨름하던 대학원생, 출판사에 취업하는 게 목표다. 《프롤로그》

'인생'은 폭넓은 개념이다. 시간이라는 측면도 있고, 경력이라는 측면도 있다. 물리적인 측면도 있고, 개념적인 측면도 있다. 범주를 통일시키려고 하면 알맞은 답 같지 않고, 모범적인 답안을 적으려 하니 '범주 오류'를 범하고 만다. p12







화자는 어쩌면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 타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오직 종이와 펜뿐인 글쓰기의 세계 그 본질적인 고독감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자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해 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마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소설 속 화자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도 내 인생 원그래프를 그려본다.


《3월 10일》에서도 책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 완독하기 어렵다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나온다. 술집에서 만난 고교 동창생 4명 대지진이 일기 하루 전날 각자 무엇을 했는지 회상한다. 아마도 2011년 3월 11일 M9.1 규모의 일본 역사상 가장 큰 지진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담담하게 소설에 녹여내고 싶었을까...






황금률에 대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이런 주제 의식을 고민했다면 저자의 집필 의도는 정확히 성공적이다. 저자 후기에서 말한다. 이 소설을 통해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집필 전에 정한다고.

이번 단편을 읽으며 아마 독자들은 저자의 질문을 눈치채지 않았을까? 소설가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은 첨단과학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유효하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큰 작가라 생각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의식하는 작가가 늘어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일본과 한국은 가장 가까이 땅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다. 민족 정서적인 부분까지 합한다면 몇 세기를 거쳐도 해결하지 못할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우주적인 관점에서 SF를 쓰는 작가들에게 단순 국가 간의 감정이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발뺌하는 일본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국가 간의 감정 혹은 단순 증오가 아닌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보고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가짜로 살아가는 아닐까라는 작가의 물음 표제작인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왜 제목이 황금에 대한 언급인지, 그 황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성숙한 고민을 하는 작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소설가들은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기적을 글로 완성하고 하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소설가들의 일이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그것이 작가 표현처럼 가짜 황금이든 무엇이든 간에 대략 16000원 전후의 값을 지불하고 우리는 여러 사람의 인생을 돈으로 산다. 소설을 읽는 일을 굳이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자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일인가!!! 경제적 관점을 떠나 주인공 화자와 가타기리와의 대화를 엿보며 여러 번 인생 설계를 다시 하는 기분이다.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은 흔히 쓰고자 하는 욕망을 함께 갖고 있던데 아마도 이 소설을 통해 잊고 있던 작가의 꿈을 다시 깨우는 거 아닐까 ....






기존 오가와 사토시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긴 소설을 만나고자 했던 독자라면 의외라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에 관한, 소설을 쓰는 사람에 관한, 우리 독자들에 해당되는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이야기였다. 내게는 무척 인상적인 연작 단편 모음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민족 간 화합은 문학을 통해서도 충분히 치유될 수 있다. 한일간의 오랜 감정이 이런 젊은 작가들을 통해 이전과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길 기대하고 믿어본다. 작가 스스로가 자신 있게 추천한 #지도와주먹 이라는 작품은 반드시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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