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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의 삶
마테오 B. 비앙키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 협찬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마테오 B. 비앙키(지음)/ 문예출판사(펴냄)
제목과 표지가 주는 이미지가 매우 컸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7년간 교제한 동성 연인의 죽음... 이 한 줄만으로도 독자들은 충분히 상실감, 아픔 그리고 편견과 마주할 수 있다.
책 편집이 조금 독특한데 길쭉한 형태의 화면에 글자 수가 많지 않아서 가독성도 좋다. 빡빡한 편집은 눈을 매우 아프게 하는데, 이 책의 편집은 행간에 머물며 생각하기 딱 좋은 아마도 죽음이라는 소재가 주는 깊은 상실감을 반영한 편집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상실감이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비슷한 조언을 한다. 본인 의지가 없으면 정신과 치료도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 그 의지라는 것이 이런 경우에는 도저히 생기지 않는다.
1966년생 저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반영한 소설을 쓴 1990년대, 아무리 개방된 서양이라지만 그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마음속 지도의 일부가 되는 장소들이 있다. p54
그의 존재는 지울 수 없는 기술력으로 내면의 하드 디스크에 새겨졌다 p58
한 60페이지까지 읽다가 펑펑 울었다. S라고 표현되는 한 남자, 책의 저자의 동성 연인이다. 이런 마음에 공감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이성 간의 사랑이든 동성의 사랑이든 상관없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오는 사랑이기에....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가 물으면 글쎄요... 그것을 안다 모른다, 혹은 법안을 제정할 대마다 이슈되는 찬성이다 반대를 떠나 그저 사랑이라는 감정의 형태로만 대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 정신과 상담이나 약물을 통한 치료마저 거부했던 저자, 그 고통마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문장에 할 말을 잃었다....
전 세계적으로 40초마다 한 명이 자살한다.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한 숫자를 합하면 몇 배는 더 많을 듯, 전쟁이나 살인으로 죽을 확률보다 자살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이런 문장을 읽으면 정말 도대체 왜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삶의 아픈 흔적들이 조금씩 쌓이고 나니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그 깊은 무력감과 절망을...
죽음은 죽음 이후에 온다고 생각한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때부터 죽음이 뭔지를 겪게 되니까... 아마도...
책의 장르를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은 에세이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하다. 차라리 소설이기를 바랐다.
긴 화면의 편집으로 된 책에서 저자는 끝없이 자신의 연인을 추억하고 애도하고 또 그리워한다. 행간에 차고 넘치는 그리움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 10만 명 당 24명이 자살로 생을 마친다. 추정해 보면 자살 유가족은 24의 다섯 배, 여섯 배 되는 숫자다..... 그 상실감과 고통 그리고 죄책감을 어떻게 견디는 걸까? 가늠할 수 없다 ㅠㅠ 책을 읽으며 작가의 고통과 오랜 시간 마주하다 보니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좀 더 따뜻하게 돌아보고 싶다. 그런 누군가를 손잡아 주고 싶다.
덧. 그러고 보니 이름이 낯익었는데 이 책의 역자님은 엘레나 페란테 소설 번역하신 바로 그분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