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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배리 로페즈 (지음)/ 북하우스(펴냄)
여행기+ 자서전을 서술하는 방식이 독특다. 책 초입에서 그 아이는 저자 자신이었다. 3인칭의 시점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 그리고 청소년기를 살짝 언급한다. 어머니의 재혼을 언급할 때도 매우 담담한 태도였는데 이런 관점이 내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오늘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저자의 여행 초기에는 해외여행이 특히 이런 오지로의 여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약간의 특권의식에 젖을 수 있을 텐데도 자신의 의무를 미학과 윤리에 국한시킨 것을 보면 본받을 만한 분이다. 장소는 항상 변화하므로 그것을 언어로 기록하는 일은 무척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다.
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파울웨더곶이라 불리는 천연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구글지도를 찾아보았다. 북아메리카 미국 오리건주 링컨카운티 파울웨더곶으로 검색된다. 구글 사진으로 보면 오염되지 않은 곳이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답다. 제임스 쿡이 세계 일주 항해 당시 처음으로 북아메리카 서해안에 도착한 때가 1776년 정도로 추정된다. 당시 이곳의 모습은 어땠을까. '악천후'라는 뜻의 이곳 지명도 쿡이 붙였다고 한다. 수십 년간 쿡의 전기를 읽었다는 저자는 제임스 쿡을 위대한 해양지도 제작자 이상으로 무척 존경하는 것 같다. 식민지 착취의 토대를 놓은 것은 인정, 그러나 그의 의도는 아니었다고 서술한다. 그게 그 말인 거 같기도 하다. (칼 세이건 박사님을 비롯한 백인 남성 작가들의 정복과 식민지 확장에 대한 견해는 일부 비슷한 것도 같다. ) 결국 쿡은 하와이의 선주민들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하!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자들, 개나 소 취급 당하던 원주민들의 수많은 죽음 위로 위대한 백인 한 사람의 죽음이여!!! 목숨에도 귀천이 있을까마는 ㅠㅠ) 그러나 저자는 이 챕터 후반부에서 선진국들의 침략 행위에 대해 착취와 불의에 대한 근본적인 충동에 대해 여러 문장을 통해 반성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 점 마음에 들었다. (어떤 백인들에게는 인디언 추장의 머리를 잘라 골상학자에게 넘기는 것이 일종의 스포츠이기도 했던 시절이다) 누가 원시적인지 누가 야만인지에 대한 견해는 인간 문화에 대한 삶의 탐구적인 자세마저 방해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관심사 그리고 그 지적인 깊이는 자연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다윈과 월리스, 융과 프로이트, 스티븐 호킹 박사 그리고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일본 선원을 다루기도 하고 계몽주의 시절이나 서구 사회의 주변부를 다루기도 한다. 세계대전에 참여한 적이 있었던 경험도 책의 다양한 챕터에서 서술되는데 시대를 거슬러 오르내리는 은유적인 묘사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 무렵 저자의 나이는 마흔아홉이었다. 여기까지 서술만 모아도 충분히 책 한두 권이 되고도 남을 분량이다. 다음 챕터에서 저자는 마흔둘의 나이로 스크랠링섬으로 향한다. 당대 남성의 기준으로 사십 대는 인생의 어느 분기점을 넘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면서 충분히 성숙한 시기로 보인다. (요즘 철들지 않은 사십 대도 많은 편 ㅎㅎ)
무척이나 습하다고 묘사되는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 이곳을 먼저 거쳐간 사람들 그중에는 폴리네시아 탐험가도 있고 다윈도 있고 허먼 멜빌과 같은 작가들의 책에서도 언급된다. 이누이트의 종교, 수많은 홍학 떼와 같은 아름다운 문화체험과 더불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거 제국들이 변방에 세웠던 유형 식민지들의 폐허에서 역사가 주는 교훈을 깨닫기도 한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그의 여정은 이제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자칼 캠프라 불리는 동부 적도 아프리카 일대 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메이니아주 (이곳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곳이다). 그리고 남극과 칠레를 거친 후 여기 독자들의 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간의 발길이 허락되는 거의 모든 곳! 남극과 더불러 무려 일흔여 개의 나라를 여행하고 탐사한 저자, 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파울 웨더 곶은 저자 나이 49세에 두 번째 챕터인 스크랭링섬의 고고학 캠프로 갔을 때는 사십 대 초반의 나이였다. 책을 크게 여섯 챕터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좀 더 상세히 설명하면 열다섯 장소에 대한 1000페이지 조금 덜되는 방대한 저작으로 구성된다. 1945년생으로 무려 55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는 그 모든 지역을 다녔으며 이런 과정을 각 분야 협업을 통해 논픽션과 픽션으로 기록한 분이다. 전작인 「북극을 꿈꾸다」라는 책으로 저자를 알게 되었다. 저자가 직접 발로 다녀온 지역에 대한 사유라서 그 어떤 기록물보다 촘촘하게 서술되었던 기억이 있다. 1970년대에 쓰인 「늑대와 인간에 대하여」와 같은 책도 조만간 만나보고 싶다. 책을 통해 우리 독자들은 여행가이자 저널리스트로써 개인의 삶과 그가 더듬어 온 여정을 통해 인류적인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기념비적인'이라는 단어를 1년에 단 한 번 만 쓸 수 있다면 이 책 소감에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