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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독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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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장편소설/ 마인드마크 (펴냄)
새빨간 표지가 무척 감각적이다. 책표지를 정말 중요시하는 나로서는 새빨간 배경 위에 세워진 서울의 모습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대감으로 펼친 소설이다.
대한민국의 위기 뒤에 세워진 국가 형태의 통치집단은 전기련, 전국기업인연합이었으니 오늘날 현실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설정 가능하다. 버려지거나 혹은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의 공간 쥐독!! 상류층이 사는 1구역과 일반 시민이 사는 2구역 그리고 사회 최하층의 집단 거주시설, 이런 설정에서 소설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다. 부의 계층화는 재난 속에서 더욱 견고해진다. 우리도 겪었지 않은가!
전염병이 난무하는 소설의 배경 역시 코로나 팬데믹을 넘어 다음에 올 어떤 재난같이 느껴져서 더욱 끔찍하다.
같은 쥐독 내에서도 서로 이권 다툼을 하는 모습, 각자도생의 시대 자신의 먹을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쥐독의 생활
루왁을 얻기 위해 오가는 폭력의 모습들... 폐허 속 고통과 절망의 사람들. 혁명세력 vs 학살은 시가전에 이어 취조와 고문까지 이어진다. 미래 배경의 소설은 우리의 과거를 그대로 반영해 보여주었다. 과연 희망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의문을 품으면 한숨 몇 번 쉴 때쯤 소설은 끝났다.
탐욕으로 세워진 도시는 무엇에 의해 멸망하는 걸까? 최근에 읽고 있는 나의 철학 책들... 라캉, 바디우, 들뢰즈가 답을 해 준다. 탐욕의 결말은 외부로부터 오지 않는다. 스스로를 파멸시킬 뿐이다.... 소설의 페이지 사이에 분서갱, 당나라 시인 장갈의 문장이 와닿는다. 책 태우던 연기가 삭자 천하통일도 무너진다는 문장.
'지옥은 희망의 얼굴을 하고 온다'라는 문장 정말 공감한다!!
죽음의 문턱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p445
사람들은 죽음을 거스를 수 없고, 죽음을 알지 못하기에 겸손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의 발전이 심상치 않다. 사람의 생명조차 인간의 손에 의해 아니, 자본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래도 인간은 겸손할 수 있을까.... 많은 의문을 제시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후속작이 나올 것 같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