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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수명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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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하서 장편소설/ 델피노 (펴냄)
나의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면? 평균수명만큼 나온다면 괜찮지만, 평균 이하 수명인 걸 안다면 오히려 역효과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수명 측정을 통해 수명을 알 수 있는 시대라니!!!
물론 사고나 재해 같은 외부적인 요인은 측정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어느 나이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좋을까....
오늘부터 수명 측정기를 전 국민에게 배부합니다. 이 측정기만 있으면 자신의 수명이 언제까지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p11
그리고 소설의 배경에서 과학기술은 자신의 수명을 단 한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기술까지 발전한 상태였다. 소설 속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 전혀 낯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의료계, 법학계, 종교계, 문화계의 대립, 시민 단체와 국회의 대립, 너도나도 sns에 인증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으로 묘사된다.
죽음을 앞두고 사람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정우의 마음 이해된다. 그리고 알게 된 가족사...
유일한 친구 정우의 수명이 불과 35세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은 도훈의 마음도..
3년 전 12월 31일 프러포즈 이벤트를 준비하다가 맞이한 이별, 모든 이별에는 증후가 있는데 전혀 아무런 예고 없이 이별을 통보하고 사라졌던 세희가 다시 나타나 만남을 이어가자고 말한다고?? 어! 너무 이상하다.
스포가 될까 봐 여기까지
이별을 선언하고 사라진 여자가 갑자기 나타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두 사람 다 고아로 가족에 대한 강한 부재, 결핍감을 공유하며 잘 살기를 바랐는데 안타까웠다. 물론 소설적 장치를 통해 조금 극적으로 서술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기심과 자신의 양심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도훈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세희를 포함한 사람들의 배신에 치를 떨면서.
부모라면 어쩌면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마음을 먹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수명을 측정할 수 있다는 가정과 수명을 나눔 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소재가 무척 흥미롭다. 소설은 늘 현실이 되었는데 이보다 더한 결과가 현실이 될까 봐 두렵다. 과학(인간의 오만함+ 이기심)은 도대체 어디까지 발달할 것인가? 이미 선 넘어버린 과학 아니 인간에 대한 공포감이 밀려오는 요즘이다. 지구를 싹쓸이해 먹은 인간들은 이제 우주로 혹은 바다 저 깊은 심해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