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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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외 지음/ 창비 (펴냄)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은 그것을 잘 마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앤솔러지, 백수린 박형서 정소현 김화진 조경란 장류진 윤성희 일곱 분의 작품 저마다의 색깔로 빛나면서 '시작'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서로 연결되고 기대고 서있다. 책의 표지에서 육상 경기장 달리기 트랙의 출발선이 주는 의미, 학창 시절 달리기를 하려고 출발선 앞에 서면 긴장되던 떨림, 모든 시작은 그렇게 떨림으로 왔다.


가장 먼저 소개된 윤성희의 〈마법사들〉 읽고 아픈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이 조금씩 변화하는 삶을 살아내는 과정. 최대한 담담하게 읽으려 노력하지만 대문자 F의 눈에는 채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한 채로 눈물이 ㅠㅠ






나의 의식은 어느새 우리 사회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면서 흑수저인 존재들에 도달하게 된다.


내가 아는 부자들은 모두 우스갯소리를 하고, 가난뱅이들은 모두 죽는소리만 내기 때문이었다. P162





박형서의 〈실뜨기 놀이〉 코믹스럽게 펼쳐지는 소설의 전개가 우리 사회 현실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했다. 가난으로 인해 논두렁에서 태어난 주인공 화자의 삶은 점점 더 비참해지는데.... 티베트의 16대 딜라이 라마로 추존될 뻔한 아들, 파견단과의 에피소드 너무 재밌게 읽었고 웃기면서도 새드 엔딩이라 슬펐다.

우리의 빈곤은 점점 도를 더해 갔다. 가난해질수록 무언가를 사고 누군가를 만나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참견하고 따지고 넘보고 하는 온갖 복잡한 세상사가 조금씩 증발해 삶의 리듬이 단조로워진다. p166






조경란의 〈봄의 피안〉 많은 상을 수상하신 작가의 단편이다. 일인칭 화자의 독백체로 서술되는 소설, 특이한 전개다. 만약 소설을 쓰는 입장이라면 이런 서술 방식으로 쓰기에는 상당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 역시 조경란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창비 교육의 시리즈는 각 테마로 진행되어 왔다. 땀 흘리는 소설, 가슴 뛰는 소설, 기억하는 소설....... 이번에 만난 시작하는 소설, 저마다 묵직한 이슈가 담긴 시리즈다. 최근의 소설들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ㅎㅎ 흥미위주로 가볍게 쓰인 뭐 딱히 마음에 와닿는 책이 없었던 요즘 오랜만에 소설다운 귀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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