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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ㅣ 흄세 에세이 5
카렐 차페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평점 :
카렐 차페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토마스 만, 아서 밀러가 극찬한 분,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국민작가 카렐 차페크!! 1890년 나치 파시즘을 반대하는 정치 운동을 하셨다. 문학의 다양한 영역 소설, 희곡, 에세이, 동화 심지어 저널리즘까지 명작을 남겼다. 그의 글에서는 철학적 통찰과 유머스러움이 가득하다. 특히! 나는 SF덕후로써 제국주의의 폐해까지 성찰한 작품 《도롱뇽과의 전쟁 》을 사랑한다. SF의 기원이 된 작품들 그러나 국제 정치 상황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당시 독일은 히틀러의 통치 아래 있었고, 이탈리아는 재국 주의적 야심을 가열차게 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패권을 장악한 상황이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이런 당시 시대를 정확히 인식한 부분이 보인다. 그의 전쟁에 관한 투쟁 서사가 담긴 작품들은 당연히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일본에서는 출간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노벨문학상의 계절이다^^
끝내 수상자가 되지 못한 카렐 차페크, 지금 우리 앞에 존재하는 현실을 극명하게 반영한 다양한 장르에 두루 능한 작가라 존경한다.
소설뿐 아니라, 정원에 관해 쓴 연재물은 신문에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신간에서는 저자 특유의 유려한 문장으로 소개하는 영국의 풍경이 아름답다. 잉글랜드의 첫인상이라든가, 잉글랜드 공원의 묘사, 런던 거리의 냄새와 소음, 잉글랜드의 가장 우울한 날은 일요일이라는 문장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조국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동쪽으로 걸어갔다는 묘사도 인상적이다. 지금의 관점으로는 다소 의아한 문장도 있었다. 여성 해방을 반대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하고서는 여성이 연설을 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으면 왠지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는 어린 소년이 된 것 같다는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아이러니다 ㅎㅎ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자연스럽게 영국의 자연에 대한 찬양, 혹은 그 위대한 문화의 숭배나 감탄 뭐 이런 글을 적었을 줄 알았다. 의외였다. 저자가 영국을 묘사하는 방식은 회의적이다. 박물관에 대한 묘사에서 영국이 과거에 세계 여러 나라 곳곳에서 저지른 범죄, 뺏고 훔쳐 온 다른 나라의 피눈물 문화재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세계 최대의 식민제국이라고 말하는 부분 통쾌하기까지 하다. 도시의 모습에 대해서는 처참함을 느끼는 듯했고 반면 영국의 시골 풍경은 상당히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또 그가 스코틀랜드 사람에 대해 묘사한 부분도 눈에 띈다^^ 스코틀랜드는 저자에게 영국보다 더 지독했던 모양이다. 특이한 여성의 동상에 대해 일러스트를 그리고 표현한 부분 인상적이다. 지옥의 고통을 암시하는 듯하다. 호수가 많은 소도시, 북 웨일스, 그리고 아일랜드까지 소개한다. 다시 잉글랜드에서는 그곳 사람 중 인상적인 몇몇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만 봐도 잉글랜드 인임이 드러난다^^ 우울한 잉글랜드의 하늘, 특히 일요일이 끔찍하다고 적었다. 영국인들에게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 만약 이 글을 당시 영국인들이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저자는 게슈타포가 자신의 조국 프라하로 침공하는 것을 보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다행인가! 제3의 시각으로 바라본 영국의 모습, 독특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