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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좀 ㅣ 환상하는 여자들 4
라일라 마르티네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9월
평점 :
라일라 마르티네스 장편소설/ 은행나무 (펴냄)
독특한 책의 느낌을 어떻게 리뷰로 옮기면 좋을까? 머리 뒤쪽에서부터 느껴지는 한기, 대를 이어서 전해지는 깊은 울분을 함께 전하는 소설!!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는 역시 그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유령의 집'이라는 소재는 정말 매력적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있을법한 소재, 그러나 일상의 공포는 가장 무섭다.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 할 집이 공포의 공간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소설의 스토리를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여성들에 대한 억압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그것에 대해 말했을 때 일부 남성들은 역차별을 언급한다. 참으로 말하기 민감한 소재인데 이렇게 소설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용기 덕분이다.
나무좀은 소나무, 잣나무 등에 피해를 입히고 가구를 좀먹는 해충의 종류다. 앜... 검색해 보니 무섭게 생겼다.
원제도 나무 벌레 Carcoma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안전장치일까? 소설에서 나무좀 같은 존재는 누구인가,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고 싶었을 듯 ㅠㅠ
소설에서 남성 인물들! 여성들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각이 낯설지 않다.
주인공의 엄마를 단지 외모만 보고 대하며, 그녀가 사라져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남자들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
벽장 속에 남편을 가둬버린 증조할머니
딸을 실종되게 한 남자를 가둔 할머니....
할머니와 손녀는 여성이라는 동질성으로 연대하고 집의 유령들, 목소리들 즉 영혼들은 이들을 돕는다.
성별에 따라 혹은 계급에 따라 재산 여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를까....
책 서장에 작가가 한국 여성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 마음이 아렸다. 조상들이 과거 겪었던 폭력에 복수하기 위해 썼다는 글!! 여전히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라는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사회는 나은 방향으로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여성이니까!!!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 '라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이 내내 떠오른다. 소설 읽기가 끝나고 이 문장쯤 왔을 때, 깊은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독자들을 압도할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
여성적인 것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올리는 것인지?
어쩌면 그 답은 여성들만 알 수 있다. 남성들도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하다고 본다. 본인의 할머니나 어머니, 이모나 누나, 혹은 딸이 살아갈 세상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여성'적인 것은 '인간답다'의 다른 말 아닐까....
덧: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독자들이 읽어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책을 추천했을 때 그들은 가끔 나를 비웃으며 말한다. 너무 바빠서 '소설 따위' 읽을 시간이 없다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