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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평점 :
제시 버튼(지음)/ 비채 (펴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메두사, 신화에서 능력 있고 능동적인 여성들은 악녀, 마녀로 그려진다. 신화를 읽다 보면 참 분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부분이 있다!!! 신화 원전에서 메두사는 참 안타까운 인물이다. 원래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 있던 그녀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원치 않는 강간( 이 장면이 어떤 책에서는 마치 메두사가 유혹한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ㅠㅠ) 을 당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죗값은 정작 가해자가 아닌 자신이 치러야 했다 ㅠㅠ 아테나 여신의 저주 (아테나도 참 무심하시지 ㅠㅠ아테나 여신이 이토록 메두사를 잔인하게 징벌한 것은 메두사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이었다. 아테나 여신에 비견될 만큼 아름다웠다고 한다. 여자는 질투하는 존재로 당연시되는 프레임도 화가 난다. ) but 오히려, 당한 여성에게 죄를 씌우는 이런 프레임은 분명 정복자, 기득권 남성들에 의해 쓰인 해설일 것이다. 하! 그리스 신화하면 몇 달간 읽어온 이윤기 선생님의 그리스 로마 신화 덕분에 할 말이 참 많은 부분인데 ㅎㅎㅎㅎ
남성 중심적인 신화에서 여성은 그 존재 가치를 부정당하고 심지어 해를 끼치는 존재로 언급되어왔다. 영국의 작가 겸 배우, 여성주의에서 묘사되는 메두사는 참으로 달랐다^^
이 신화의 원전에서 두 여성을 기억했으면 한다. 바로 페르세우스의 어머니 다나에 & 우리의 주인공 메두사...
메두사는 왜 악녀로만 그려지는가? 목을 베어 없애야 할 존재로만 그려지는가!!!! 그녀 자체가 피해자인데 ㅠㅠ
지극히 능동적이며 아름다운 메두사 (작품 속에서 페르세우스를 만나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메리나라고 말해주는데....)
또 한 주인공 신탁에 의해 태어난 페르세우스 입을 통해 서술되는 어머니 다네에의 사연도 안타깝다.
메두사, 메두사라니. 어떤 의미로 메두사라고 말했을까.
메두사는 내 이름이다. 그저 평범함 여자일 뿐인데, 페르세우스는 마치 신화에 나오는 괴물을 말하듯 내 이름을 말했다. 나는 신화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이고 싶었다. p175
나의 목을 베어도 나의 신화는 끝나지 않는다 p217
창작의 고통은 크다.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도 힘들지만 기존에 있던 위대한 신화를 다시 쓰고 재해석하는 일이란 잘 해야 본전? 욕 얻어먹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리스 신화 모티브로 이렇게 유려하고 아름답게 서술할 수 있다니 작가적 상상력이 놀랍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흐른다. 메두사 & 페르세우스 이야기가 이렇게도 쓰일 수 있구나!!! 위대한 여성 작가들의 시대다! 희망은 늦지만 마침내 오고야 만다. 우리들의 여성들의 신화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