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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인가? - 역사의 대척점에 선 형제, 부여융과 부여풍
이도학 지음 / 주류성 / 2024년 8월
평점 :
『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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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학 (지음)/ 주류성 (펴냄)
글쎄, 가끔 백제 역사는 과연 어디까지 왜곡된 건지 의문이 생기는 순간이 많다. 당나라와 힘을 합친 신라가 당대 백제 역사를 어디까지 설정한 건지, 삼국사기를 읽을 때마다 어디까지나 역사란 승자의 관점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는 역사이지만 독자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다 ^^ 이 책은 무왕 시대 배경으로 시작하여 백제 멸망 이후 흑치상지 등 부흥 운동에 이르기까지를 포괄적으로 서술한다. 백제의 옛 땅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였는지 궁금하다.
의자왕의 아들 웅과 풍이라는 인물.... 부여풍은 의자왕의 몇 째 아들이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의자왕 4년 융을 태자로 책봉했다는데 풍이 융보다 먼저 태자로 책봉되었다면 그 원년 사이어야 한다. 부여풍의 배우자는 누구였을까? 책이 주는 질문 외에도 많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무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선화공주와의 결혼이다. 마를 캐던 서동이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을 아내로 맞이하기까지 우리는 동화나 설화로 만나왔다.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의자왕 초기 기록에서 의자왕은 자애롭고 지혜로운 왕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왕의 타락한 모습만 기억하고 있다. 왕과 공주의 갈등은 우리 설화의 원형이다. 이 책에서 의자왕과 계산 공주 이야기를 처음 알았다. 미녀 여전사라니 더더욱 놀랍다.
백제를 지원하기 위한 왜의 움직임, 일본에 남은 7세기 후반 동아시아 정세, 백제 관련 설화 자료들도 흥미롭다. 의자왕의 항복 과정 역시 의혹스러운 부분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 짚어준 기존 역사책에서 만났던 채워지지 않은 공백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백제에 대한 애틋한 마음, 그리움이 남아있다. 경주를 중심으로 신라 문화유산을 살펴보면 무덤의 장식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보존되어 있다. 반면 부여 여행에서 계백 장군의 묘를 보았던 10년 전이 떠오른다. 자리는 명당 중 명당이었다. 마지막 전장터인 황산벌 가까운 곳이었다.
나는 마치 내 장군이 돌아가신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어린아이들 두어 명이 장군의 묘에 올라가서 놀고 있었다. 망한 나라의 장군은 죽어서도 짓밟히는 채로 방치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더 잘 복원되고 꾸며져 있으나 그 당시에는 왜 그리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사라진 기록, 지워진 기록에 대해 그리고 일본에 남겨진 백제 관련 기록을 모두 모으면 하나의 퍼즐이 맞춰질까?
늘 안타까운 역사의 장면이다. 7세기 백제 동북아시아 국제 정세와 역사인식을 새롭게 하는 책이다.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