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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825/pimg_7853912274406855.jpg)
캐런 제닝스 장편소설/ 비채 (펴냄)
우리는 어떻게 섬이 되는가, 부커 상 노미네이트 식민지 시대를 지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어떤 이슈로 살아왔는가... 역사가 남긴 안타까운 상처, 흉터를 보듬는 작가.
밀물과 썰물 사이 떠밀려내려오는 시신들은 피부색, 나이, 성별 무관하다. 그 어떤 죽음이 안타깝지 않을까마는 그 누구의 애도도 받지 못하는 이런 죽음은 정말 아프다. 등대지기 새뮤얼은 그가 일해온 23년간 서른두 구의 이름 없는 시신을 만나왔다. 어느 날 그는 서른 살 초반 정도의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아직 죽지 않은 상태로 그는 새뮤얼의 집으로 옮겨지는데....
시신의 피부색은 왜 묻는 걸까...?
심지어 어린아이들의 시신이었지만, 그 죽음에 대한 애도는 없었다. 단지 그들의 피부색만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되었다. 자유를 향해 몸부림치던 조선의 역사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문단에서 환영받았지만, 정작 본인의 고향 모국에서는 냉대를 받았던 이유는 독재에 대한 묘사 때문이다. 하! 이 부분 역시 울림을 준다.
소설은 낯선 남자와의 만남 그 넷째 날까지를 시간 배경으로 한다. 정치 상황에 대한 묘사, 내면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나라도 새뮤얼을 오해했을까. 아버지가 갔던 길 가난한 사람들에게 독립이란 어딘가 무관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무려 25년이라는 시간 ㅠㅠ 부끄러움이라는 단어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새뮤얼의 모습... 소설에서 그는 젊은 날을 떠올리며 낯선 이방인을 두려워하고 의심하게 된다.
섬이라는 제목이 무척 상징적이다.
소설을 덮고 났을 때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제목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섬이 있다. 마음에 섬 하나씩 안고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 그 섬에 외부로 나아갈 수 있는지 휴식처가 될지,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될지는 이 소설을 통해 만나보시길!